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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北의 ‘신통미봉남’ 기도 걱정된다

新通美封南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남·북·미 사이에 기묘한 줄다리기가 펼쳐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대남 무력시위 중인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대화 재개 의사를 밝히면서다. 예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카드를 다시 꺼낸 셈이다. 그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마저 전통적 한·미 동맹을 가벼이 여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걱정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재선 캠페인 모금행사에서 "브루클린의 임대아파트에서 114.13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달러를 받는 게 더 쉬웠다"고 했다. 어린 시절 부친과 함께 임대료를 수금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한국을 상대로 방위비를 대폭 인상했음을 자랑한 셈이다. 하지만 거래 관점에서 한·미 동맹을 바라볼 뿐 문재인정부를 존중하는 기미는 없었다. 한·미 연합훈련에 불만을 담은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거론하며 "터무니없고 돈만 많이 든다"며 맞장구를 쳤던 그였다.

더욱이 그는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단거리라며 북의 미사일 도발에 사실상 눈감았다. 그러자 북측은 외무성 담화를 통해 "대화를 해도 북·미 사이에 할 것"이라며 노골적 한·미 '갈라치기'에 나섰다. 트럼프 정부의 '한국 패싱' 가능성이 우려되는 이유다. 벌써 불길한 조짐도 보인다. 북이 남한 전역이 사거리인 미사일을 쏴대도 미국은 강 건너 불 보듯 하면서 돈 챙길 궁리나 하고 있는 인상이니 말이다.

이런 한국 패싱 기류가 일시적 양상일지 모르나 더 확산되면 곤란하다. 혹여 트럼프 대통령이 북이 추가 핵실험과 미국 본토를 위협할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않는 선에서 협상 테이블을 정리한다면 큰일이다. 남한만 북한 핵·미사일의 인질로 남게 된다는 뜻에서다.
비핵화와 관계개선 등 미·북 간 패키지딜 과정에서 우리 입장이 배제되면 그 결과는 참담할 게다. 북한이 "겁먹은 개" 운운하며 조롱을 퍼붓고 있음에도 "(한·미 연합) 훈련이 끝나면 (북·미) 실무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청와대 관계자)는 반응은 그래서 한가해 보인다. 문재인정부는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가 아니라 당사자임을 유념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