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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민간 분양가상한제, 부작용은 생각해봤나

가격규제 성공한 적 없어
공급위축 등 부작용 우려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2일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개선 추진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는 조건이 대폭 완화돼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 과천, 분당 등 전국 31곳에서 민간이 짓는 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특히 '로또' 수준의 시세차익과 이를 노리는 투기수요를 막기 위해 전매제한 기간을 기존 3~4년에서 5~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사실 민간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다락같이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 가격규제 카드를 반복해서 꺼내들었다. 처음 도입한 건 박정희정부 때인 지난 1977년이다. 주택 규모나 원가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3.3㎡당 상한가를 정해놓고 그 이상으로는 분양가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노태우정부 때인 1989년 도입된 원가연동제도 지금의 분양가상한제와 다르지 않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에도 공공택지에 한해 실시하던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하는 극약처방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이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국책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분양가상한제 확대 도입으로 서울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이 연간 1.1%포인트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도 이번 조치로 평균 분양가가 현재 시세의 70∼80%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예측은 이와 다르다. 단기적으론 정부의 바람대로 기존 주택 가격의 상승 압력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낙관하긴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인위적 시장개입이다. 경제학의 기초원리인 수요·공급의 균형이 무너지면 시장왜곡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번 조치가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건설시장을 더욱 쪼그라들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새겨들어야 한다.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경제보복이 가중되면서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마당에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분양가상한제 확대 도입은 경제상황을 더욱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여권 일부에서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건설사의 공급이 위축되는 등 부작용으로 오히려 집값이 폭등할 수 있다"며 속도조절론을 주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충정 어린 충고가 소수의견으로 묻혀버린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