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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거부' 日 압박 전략… 실제 얼마나 타격줄지는 미지수[한국도 백색국가서 일본 제외]

정부, 강경대응 유지하면서도 "이달말까지 의견수렴 기간..日서 요청땐 얼마든지 협의"
직접 타격보다는 상징적 의미 커..한국 수출기업 피해 가능성도

'대화 거부' 日 압박 전략… 실제 얼마나 타격줄지는 미지수[한국도 백색국가서 일본 제외]

정부가 처음으로 대(對)일본 보복조치를 단행했다. 정부는 12일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일본이 근거없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고, 규제 품목을 쥐락펴락하는 불확실성은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대일본 조치 수위를 놓고 며칠 숙고하다가 이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격 발표했다.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분석된다.

다만 이번 조치가 일본에 타격을 주기보다는 상징적 의미에 그칠 수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역으로 한국 수출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①'日 수출규제' 불확실성 여전
일본이 대한국 수출규제를 자의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 7일 '백색국가 한국 제외' 시행세칙에서 추가 규제품목을 지정하지 않았다. 수출규제 3개 품목의 하나인 포토레지스트의 대한국 수출도 한달 만에 허가했다. 이를 계기로 양국간 기류변화 조짐은 있었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선 대일 수입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된 게 전혀 없다. 이는 일본 정부가 큰 틀의 '규제망(백색국가 제외)'을 깔아놓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3개 소재와 같이 언제든지 대한국 수출 규제품목을 지정하면 우리는 손놓고 당하는 수 밖에 없다.

일본은 전략물자 관리에 관한 자국 규칙을 바꿔 화이트리스트를 A, B, C, D 그룹으로 재분류했다. 백색국가이던 한국을 유일하게 B그룹으로 강등 조치했다. 1194개 전략물자를 수입하려면 특별포괄허가 또는 개별허가를 받도록 해놓고 절차와 허가기준을 까다롭게 바꿨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정치적 이유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일본 조치와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박태성 산업부 투자무역실장은 "일본과 우리는 절대로 판박이 조치가 아니다. 고시 개정은 국내법과 국제법의 틀 내에서 적법하게 진행된 것으로 상응조치가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의 전략물자 품목은 1735개로 일본(1194)보다 많다.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했을 때 이들 품목들이 수출통제 대상이 된다.

②대일 강경기조 재확인
우리 정부의 강경대응 기조가 바뀌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앞서 지난달 4일, 일본이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을 수출규제 조치에서부터 지금까지 한달여간 정부는 일본의 공세에 즉각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WTO 제소 방침과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는 국제 여론전을 전개했을 뿐 즉각적인 보복조치는 없었다. 우리 기업들의 우려는 커졌다.

하지만 40여일이 지나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 등 일본 수출규제에 밀접한 우리기업들의 제재 품목의 우회 확보 △과거사를 이유로 한 대한국 제재조치에 일본내 부정적 여론 확대 △국민들의 대일본 강경조치에 찬성 여론 및 반일 움직임 확산 등의 기류 변화다. 이런 정황이 정부의 강경기조에 힘을 싣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대일본 대응에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점으로도 해석된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리가 검토를 해보니 일본이 (백색 국가 제외 조치로 영향을 받는) 전략물자가 1194개가 되는데, 진짜 영향을 미치는 게 몇 개인가 봤더니 손 한 줌 된다"고 말했다.

③'대화 거부' 日, 협상 유인
일본을 협상창구로 유인, 압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략물자 관할 양국 정부 당국자간 대화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 일본 측에 협상을 압박하는 효과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 제외 조치(수출무역관리령 개정)시 우리 정부는 일본이 정한 기일내에 정부 의견를 보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우리 정부 측에 자국 의견을 내거나 양자 협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견수렴 기간(8월) 중에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한국 정부는 언제, 어디서건 이에 응할 준비가 돼있다"고 문을 열어놨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일본에 얼마나 '타격'을 줄 수 있는지 대한 실효성이다.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일본 수입물품 중 한국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스테인리스강 등 철강과 화학·조선 분야 일부다. 일본이 한국이 아닌 제3국을 통해 쉽게 대체 수입한다면 우리의 백색국가 조치는 '상징적인 의미'에 그친다.
우리기업들이 역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이홍배 동의대 무역학부 교수는 "10년 안에 한국의 기술 수준이 일본의 99.5%까지 높아져도 0.5% 차이가 일본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생산협력, 기술투자 민관 협력, 공동 법인 설립 등으로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