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당정, 내년 '초슈퍼예산'은 과욕이다

경상성장률 3% 선인데 13% 증액이 말이 되나

문재인정부의 재정확대 기조가 도를 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내년도 예산안을 530조원 규모의 초슈퍼예산으로 편성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전년 대비 증가율이 12.9%(본예산 기준)나 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10.6%)보다도 2.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 들어 극심한 불황이 길어지면서 성장률이 2% 초중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다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각종 악재가 속출하고 있다. 당장 불똥이 떨어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시기를 앞당기자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그렇다 해도 내년 예산증가율 12.9%는 문제가 많다. 정부가 '2019 경제정책 방향'에서 제시한 올해 우리 경제의 경상성장률 전망치(3.9%)의 세 배가 넘는다. 우리 경제가 커지는 속도보다 정부 씀씀이가 세 배 이상 빠르게 불어나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재정지출 증가율을 7.3% 이내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 수준보다도 5.6%포인트나 높다. 정부가 설정한 억제선조차 안지키는 것은 스스로 정부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 아닌가.

재정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예산을 마구잡이로 늘려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나랏빚은 한 번 늘어나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게다가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에 따른 향후의 복지수요도 감안해야 한다. 이미 고령화가 끝난 선진국들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무리한 재정확대가 경기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재정은 초기에 민간투자를 이끌어내는 유수(pumping) 효과 정도만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반기업 정책을 고치지 않는 한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민간투자 부족분을 정부투자로 채워넣는 방식에 의존하면 곤란하다. 민간투자를 오히려 둔화시킬 위험이 크다.

아무리 좋은 방향이라도 변화 폭이 과도하면 경제에는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최저임금 두자릿수 인상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을 위축시켜 경제에 어려움을 주고 있는 현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과도한 재정확대에 기댈 것이 아니다. 반기업·친노동 정책을 접고, 친기업 정책으로 전면적 궤도 수정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