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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쌓이는 한전 적자, 결국 국민 주머니 털린다

한국전력이 올 2·4분기 2986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면서 상반기 적자 규모가 1조원에 육박했다. 반기 기준으로 2012년 이후 최악이다. 한전과 같은 대형 공기업의 적자가 쌓이면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이는 전기요금 현실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데서도 감지된다. 그러나 우리는 초우량 기업이었던 한전의 경영실적을 곤두박질치게 한 요인을 제거하는 게 먼저라고 본다.

한전 실적악화의 요인은 복합적이다. 정부와 한전 등 전력당국은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석탄발전 감축과 높은 국제 연료가격 등이 직접적 적자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탈원전 드라이브와는 무관하다고 애써 강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설득력 없는 해명이다. 원전의 대체 발전원인 액화천연가스(LNG)의 국제 가격 고공행진이 적자의 주원인 중 하나라서다. 원전의 대안으로 막대한 보조금을 주면서 진흥 중인 태양광·풍력 발전의 원천적 한계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들 재생에너지원이 기상 상황에 좌우되는 탓에 예비용 LNG 발전 등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력당국이 적자요인을 보태고 있어 걱정이다. 급속한 탈원전정책이 드리운 그늘엔 눈감은 채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에 합의하면서다. 이에 따라 한전은 매년 2000억~30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한전 이사회는 한전공대 설립을 의결했다. 6000억원 넘는 건립비뿐 아니라 연간 수백억씩 운영비도 한전이 감당해야 한다. 학생이 모자라 5년 내 대학 80여곳이 문을 닫을 지경인 데다 전국 대학 중 전기관련 학과가 없는 곳이 없는 판에 납세자인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다.

과속 탈원전의 여파는 한전과 산하 발전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미치고 있다.
원자로 설비에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두산중공업과 협력업체들의 경영난이 단적인 사례다. 이 와중에 국내 화력발전소들의 미쓰비시 가스터빈과 히타치 순환펌프 등 일제 기자재 의존도는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꿩도 잃고 매도 놓치는 상황에서 헤어나려면 탈원전 속도조절 외에 다른 대안이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