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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비판수위 낮춘 文… 경제강국·교량국가·평화경제 화두 제시 [문 대통령 광복절 기념사]

수출규제·경제보복 1회씩만 언급..국민에 경제희망 메시지 던져
"남·북 합치면 8000만 단일시장"..조속한 북·미 대화도 거듭 촉구

日 비판수위 낮춘 文… 경제강국·교량국가·평화경제 화두 제시 [문 대통령 광복절 기념사]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마치며 주먹을 힘차게 쥐면서 굳은 결의를 다짐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일(對日) 메시지' 발신보다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자"며 '경제 자강'에 초점을 맞추었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지만 발언 수위를 어느 때보다 조절한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경제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비판과 감정적 대응보다는 "우리는 할 수 있다"는 희망 메시지 전파를 통해 이 어려움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日 비판보다는 '경제 자강' 강조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일본'이라는 단어를 총 12차례 언급했다. '수출규제'와 '경제보복'이라는 표현은 단 한 차례씩에 불과했다. 지난달 초 일본의 반도체 제조 부품 등에 대한 수출규제와 이어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 배제 조치에 대해 쏟아진 강경발언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일본의 부당성 지적과 이번 사태에 대한 단호한 대응 의지는 유지하면서도 사태의 심화는 경계하고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 △책임 있는 경제강국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는 교량국가 △평화로 번영을 이루는 평화경제 구축 등으로 대표되는 '경제 자강' 강조에 역점을 두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우리는 선진국을 추격해왔지만 이제 앞서서 도전하며 선도하는 경제로 거듭나고 있다"며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서 우리는 책임 있는 경제강국을 향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에 대한 비판수위는 자제하면서도 극일(克日)에 대한 의지는 거듭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의 경제관련 희망 메시지는 다양한 분야의 여론수렴 결과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어느 때보다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번 광복절 경축사 작성을 앞두고 사회 각 분야의 교수 등 전문가와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혁신과 평화, 기술 강국, 제조업 강국, 성장국가, 자유무역질서와 함께 성장하는 모범국가 등 경제 역동성을 강조했으면 하는 의견이 취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보고받은 문 대통령도 '국민에게 경제에 대한 희망 메시지를 던지자'는 전체적인 방향을 설정했다.

■"평화와 통일 경제적 이익 매우 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과 '통일'을 각각 10회, 7회씩 언급했다. 지난해 1회씩에 그쳤던 점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평화경제'도 6회나 발언했다.

특히 "분단을 극복해낼 때 비로소 우리의 광복은 완성되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며 평화경제의 경제적 효과를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의 역량을 합친다면 각자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8000만 단일시장을 만들 수 있다. 한반도가 통일까지 된다면 세계 경제 6위권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며 "2050년께 국민소득 7만~8만달러 시대가 가능하다는 국내외 연구결과도 발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평화와 통일이 가져올 △남북 기업들의 새로운 시장과 기회 창출 △국방비 절감 △무형의 분단비용 절감 △저성장·저출산·고령화 해결 등의 경제적 이익도 강조했다.

최근 잇따른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에 따른 우려에 대해서는 "북한의 몇 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대화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큰 성과"라며 "북한의 도발 한 번에 한반도가 요동치던 그 이전의 상황과 분명하게 달라졌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북·미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말의 판문점회동 이후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의 실무협상이 모색되고 있다. 아마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며 "남·북·미 모두 북·미 간의 실무협상 조기개최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