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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영업익 반토막, 외부여건 탓만 할 때 아니다

10대 그룹 90개 상장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대기업집단 전문 데이터서비스 인포빅스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지난 1~6월 기록한 영업익은 총 21조297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3.5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그룹별로 보면 현대차와 현대중공업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8개 그룹이 모두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4분기 영업익만 놓고 보면 감소폭이 63%로 늘어나 실물경제가 본격 침체기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다보니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빠르게 하향조정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최근 집계한 국내외 42개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이달 기준 2.0%로 지난 7월(2.1%)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2.0% 밑으로 전망치를 낮춰 잡은 곳도 ING그룹(1.4%), IHS마킷(1.7%), 모간스탠리(1.8%), 메릴린치(1.9%) 등 11곳이나 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지난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9%로 한꺼번에 0.3%포인트나 낮췄다.

한국 경제는 지금 사면초가다. 글로벌 산업생산 하락, 미·중 무역분쟁, 일본 경제보복 등 대외적 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다. 골드만삭스도 한국 경제성장 전망을 1%대로 낮춰 잡으면서 "미·중 무역전쟁 격화 속에 글로벌 경기둔화가 본격화한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한국뿐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의 경제성장 전망도 일제히 낮췄다. 미국·중국·독일 경제가 동반불황에 빠지는 글로벌 경기침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도 예사롭지만은 않다.


하지만 지금이 외부여건 탓만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심화되는 무역갈등과 글로벌 경기침체가 통제 불가능한 대외적 위협요인이라면 각종 규제와 정책으로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고, 국내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내부적 요인 때문이다. 정부는 외부 탓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추가경정예산 신속 집행, 기업투자환경 개선, 규제완화 등 모든 가용수단을 동원해 경제활력 회복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