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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고교 무상교육 ‘선 실시, 후 땜질’ 악습 되풀이

총선 의식해 1년 앞당겨
제2 무상보육 소동 우려

고교 무상교육이 19일 첫발을 뗀다. 고등학생 3학년 44만명은 올 2학기부터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비 등을 내지 않아도 된다. 내년(2020년)부턴 2~3학년 88만명, 2021년부턴 1~3학년 126만명으로 혜택이 넓어진다.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소득 양극화도 출발점은 교육 양극화다. 그런 점에서 무상교육 확대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무상복지는 늘 재원이 골치다. 고교 무상교육에 들어가는 돈이 한 해 2조원가량 된다. 올 2학기 비용은 시·도교육청이 어렵게 마련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누가 어디서 어떻게 돈을 마련할지는 미정이다. 당·정은 국가(중앙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무상교육 예산의 47.5%, 지자체가 5%를 분담한다는 원칙만 정했다. 이는 곧 교육청이 해마다 1조원 가까운 돈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률을 높이는 게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 이 비율은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상 내국세의 20.46%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취학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마당에 교부금률을 높이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기획재정부도 반대다.

결국 당·정은 교부금률은 놔두고 교부금만 증액해서 교육청에 내려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세수가 쪼그라들 조짐을 보인다. 교부금 증액분을 놓고 언제든 중앙정부와 교육청 간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교육감들은 자사고를 놓고 교육부와 사이가 틀어졌다. 현 교육감협의회장은 다름아닌 김승환 전북교육감이다.

이렇다 보니 고교 무상교육이 자칫 제2의 무상보육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근혜정부 때 보육비를 누가 낼 것인가를 두고 해마다 여야가 다퉜다. 진보 교육감들은 중앙정부가 대라고 버텼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교육감 역성을 들었다. 반면 교육부는 교육청이 내라고 압박했다. 중간에 낀 엄마·아빠들은 연례행사처럼 속을 끓였다.

타이밍도 시빗거리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까지 고교 무상교육을 완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유은혜 교육부총리가 1년 앞당겼다. 2020년 총선, 2022년 대선을 겨냥한 포석으로 보인다. 고교 무상교육이 실시되면 학생 1인당 한 해 160만원가량 가계부담이 가벼워진다.
앞으로 선거에서 정치인들은 '160만원'이 마치 제 공이라도 되는 양 떠들 것이다. 무상보육의 교훈은 깡그리 잊혀졌다. 선 실시, 후 땜질의 악순환은 이번에도 되풀이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