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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고위험 파생상품을 꼭 은행서 팔아야 하나

DLS·DLF 원금 손실 날 듯
투자자 손배소 제기 악순환

금융감독원이 19일 선진국 금리와 연계한 파생결합증권(DLS) 판매 실태를 발표했다. 판매잔액은 8200억원(7일 기준) 규모다. 이 중 99%는 은행에서 파생결합펀드(DLF) 형태로 팔았다. DLF는 DLS를 자산으로 굴리는 펀드를 말한다. 판매잔액 가운데 89%는 개인투자자가 샀다. 우려했던 대로 대규모 원금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

DLS·DLF는 2016년께부터 팔리기 시작했다. DLS는 당시 원금손실 홍역을 치른 주가연계증권(ELS)의 대체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DLS는 해외 주가지수 대신 미국·영국·독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했다. 금리가 일정선 아래로 급락하지 않으면 4% 안팎의 금리를 약속했다.

올봄까지만 해도 세계 금리는 상승세가 또렷했다. 여기에 트럼프 변수가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를 상대로 대놓고 금리인하 압력을 넣었다. 결국 연준은 지난 7월 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금융위기 이후 약 11년 만에 처음이다. 그보다 앞서 7월 중순엔 한국은행이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9월 중순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본다. DLS는 글로벌 금리인상, 곧 긴축을 예상하고 만든 상품이다. 이 전제가 180도 뒤틀리는 바람에 사달이 났다.

금감원은 이달 중 은행·증권사 등을 상대로 DLS 상품 설계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상품구조에 문제는 없는지, 불완전판매는 없었는지 점검하는 것은 금감원의 책무다. 덧붙여 이번 기회에 금융파생상품을 은행에서 파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도 검토가 이뤄지길 바란다. 은행 고객은 대체로 보수적이다. 누가 먼저 권하지 않으면 파생상품에 투자할 사람들이 아니다. 하지만 평소 거래하는 은행의 PB센터 직원이 정기예금 금리보다 두 배를 받을 수 있다고 하면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은행을 믿고 고위험 상품에 '투자'한 셈이다.

이러다 보니 파생상품에서 손해가 나면 은행에 책임을 묻는 관행이 생겼다. 이번에도 투자자들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태세다. 엄격히 말하면 이는 이치에 어긋난다.
수익만 취하고, 위험은 은행에 떠넘기는 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적 고금리를 미끼로 고위험 파생상품을 고객에게 권한 은행도 책임을 면하긴 어렵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DLS와 같은 고위험 상품은 모험을 즐기는 투자자들이 증권사 또는 자산운용사에서 직접 구입하도록 하는 게 합리적 해결책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