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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다툼·불안해서' 사체 훼손까지...잇단 흉악범죄, 우발적일까

'말다툼·불안해서' 사체 훼손까지...잇단 흉악범죄, 우발적일까
모텔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장대호가 21일 오후 경기 고양경찰서로 조사를 받기 위해 이송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대호는 숙박비와 말다툼 문제로 투숙객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뉴시스

고유정(36)에 이어 장대호(39)까지 '시신 훼손' 흉악범죄가 연이어 일어나며 사회적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말다툼 끝 토막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시체 훼손 등의 범행이 동영상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유포되면서, 오히려 흉악한 유사 범죄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범죄 동기 파악, 양형 강화 등을 통해 흉악범죄의 예방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말다툼·불안해서" 사체 훼손까지
21일 경찰 조사 등에 따르면 '한강 시신 훼손'의 피의자 장대호는 투숙객이 시비를 걸고 숙박비 4만원을 주지 않는다며 범행을 저질렀다. '제주 전남편 살인' 피의자 고유정은 재판에서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의 수사 결과에서는 '결혼 생활 불안'이 범행 원인으로 드러난 바 있다.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피의자 김성수(30), 서울대공원 시신 훼손 피의자 변경석(36) 등의 흉악범도 말다툼이 발단이 됐다.

이들의 범죄 동기를 두고, '살인·시신 훼손'이라는 중대 범죄를 일으킬 만한 이유인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나온다. '홧김 살인'에 대한 비논리성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살인사건의 가해자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다수"라며 "일반인은 사회적으로 억제하는 방법을 배우나, 범죄자들은 통제 조절장치가 망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살인범죄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살인범죄의 실태와 유형별 특성'에서도 '살인 가해자는 일반인에 비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며, 피상적이고 반사회적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하는 살인 방법은 '홧김 살인'을 들키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된다. 특히 사건에 대한 보도나 동영상이 늘어나면서, 유사 범죄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장대호도 수많은 뉴스로 나오던 고유정 사건 보도를 보고 간접적으로라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말다툼·불안해서' 사체 훼손까지...잇단 흉악범죄, 우발적일까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지난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고유정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결혼생활이 깨질수도 있다는 불안에 시달렸다'는 점을 살해 동기로 지목했다. /사진=뉴시스

■"범행파악·사체훼손 엄중 처벌"
다만 이들의 행동을 순간적인 분노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흉기를 준비 하거나 범행을 위해 대기하는 등 일정한 계획성을 가진 범죄 양상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고유정의 경우는 완전한 계획범죄였고, 장대호도 마스터키를 이용해 잠든 틈을 노리는 등 계획성이 있었다"며 "사소한 이유의 우발적 살인이라고 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사체훼손 등 흉악범죄에 대응은 현실적으로 간접적으로 밖에 이뤄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범죄 동기에 대해 명확히 파악해, 관련 범죄의 사전 예방을 위한 정책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찰청의 '2018 범죄통계'에 따르면 살인 동기가 우발적이었다는 비율은 전체의 32.9%에 달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보복성 살인'의 동기가 0.6%에 그치는 등, 수사 과정에서 정확한 동기 파악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이 교수는 "원인이 '우발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지, 그게 맞는지 틀린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예를 들어 고유정의 경우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것이 살해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수사 과정에서부터) 정확히 규명하고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신훼손을 인명 경시 등의 사유로 형량을 크게 늘리는 등의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