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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 "에칭가스 재고 겨우 한달치… 여전히 위기다"[日, 소재 수출 일부 풀었지만…]

포토레지스트 9개월치 허가에도 다른 핵심소재들 수입은 안갯속
'韓 백색국가 제외'도 28일 시행..삼성·SK "불확실성 해소 안돼"

반도체업계 "에칭가스 재고 겨우 한달치… 여전히 위기다"[日, 소재 수출 일부 풀었지만…]
일본 정부가 이달 2차례에 걸쳐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총 9개월분의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가해줬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고민은 여전히 깊다.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다른 핵심소재 수입이 50일째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오는 28일부터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절차가 예외 없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목말라 죽어가는 사람에게 물 한모금 줬다고 죽을 위기를 넘겼다고 말하기 어렵지 않으냐"면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최근 일각의 낙관적 분위기를 경계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최근 삼성전자에 수출을 허가한 포토레지스트는 6개월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에도 삼성전자가 주문한 3개월 분량의 포토레지스트 수출이 허가된 것까지 감안하면 지난달 4일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소재 수출규제 이후 삼성은 포토레지스트 재고를 상당량 확보하게 된 것이다.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 공정에 쓰이는 품목으로, 일본 의존도가 90% 이상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일본의 개별 수출허가가 연이어 떨어지면서 에칭가스 등 다른 품목 역시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철회된 게 아닌 만큼 여전히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4일 이후 국내 수출 허가가 나지 않고 있는 에칭가스의 재고 확보가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반도체 식각 공정에 쓰이는 에칭가스는 기업마다 재고가 최대 3개월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2개월가량 시간이 지나 재고 소진이 우려되고 있다. 내달 추석 직후 공장 가동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에칭가스는 웬만한 반도체 생산 공정마다 쓰이고 있는데, 재고가 없으면 당장 생산이 불가능해진다"면서 "일각에서 에칭가스의 국산화 가능성을 말하지만 단기간에 국산 제품을 공정에 적용하는 건 무리"라고 전했다.

올레드(OLED) 및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공정에 일본산 에칭가스를 사용하는 LG디스플레이도 내달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LG디스플레이가 재고가 있기 때문에 OLED나 LCD 패널을 생산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9월 이후엔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더욱이 오는 28일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법 개정안이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이 개별적 수출허가를 내줬지만 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 중단 등의 조짐은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어서다.

업계는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예정된 한·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양국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타협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