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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기업 기술 자립에 힘 보태야죠"[fn이사람]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권오경 석학교수
일본 수출규제 대상 품목 중 핵심 10개에 기술지원 가능
"분석 후 보유기술 연결 계획"

"국내 중소기업 기술 자립에 힘 보태야죠"[fn이사람]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지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기술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소재나 부품, 장비 수입이 힘들어진 만큼 대체가 필요하지만 기술적 역량이 부족해서다. 이에 국내 대학들이 기술지원에 나서는 모습이다. 카이스트와 서울대, 포스텍, 고려대 등이 기술자문단을 만들어 기술이 필요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양대도 지난 12일 국내 기업들의 기술 자립을 돕는 기술자립화지원단을 출범시켰다.

기술자립화지원단의 총괄을 맡은 권오경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한국공학한림원 회장·사진)은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가)'에서 우리를 제외하면서 규제 대상이 되는 품목 1100여개 중에서 핵심적인 것이 100여개 정도 될 것"이라며 "총괄 역할을 하면서 100여개 품목 중에서 10개 정도는 공동연구나 기술지원을 통해 책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한양대 기술자립화지원단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이 되는 1100여개 품목을 모두 분석 중이라고 한다.

권 교수는 "현재는 찾아오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한 달 이후 분석이 마무리되면 브로슈어 형태의 책자를 만들어 한양대가 보유한 기술과 관련 기술이 필요한 중소기업을 빠르게 연결시켜줄 계획"이라며 "대학 내에서 찾지 못하면 서울대학교나 카이스트 등 다른 기술자문단과도 연결시켜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교수 스스로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전문가인 만큼 기술자립화지원단 내에서 디스플레이 부문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어 일본 반도체 소재 관련 수출규제에 의해 시작된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해 관심이 생겼지만 정교하게 준비해서 우리 중소기업들이 관련 분야에서 선도기업이 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소재나 부품, 장비 기업을 육성하면서 수입품을 대체하는 수준으로 만들면 생산 규모가 한정되고 (기업의) 성장도 한계가 있다. (일본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수출까지 가능해야 한다"며 "전략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5년 또는 10년 장기간 지원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인력 양상과 세제지원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권 교수는 "메모리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산업이 글로벌 1위가 된 이후 중소기업이나 대학에 대한 정부 차원 연구개발(R&D) 지원이 4분의 1로 삭감됐다"며 "대기업 등 민간에서 잘한다는 이유였지만 정부 지원이 줄면서 대학에서 관련 인력 양성이 어렵게 된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세제와 관련, 권 교수는 "독일에서는 중소기업이 가업 상속과정에서 주식배당을 받거나 팔아 현금화할 경우엔 세금을 내야하지만 주식을 물려주는 것에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런 제도가 있다 보니 400년이 된 소재 기업이 철학을 갖고 경영을 한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