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단독]삼성·SK 발빠른 대처…지난달 '日포토레지스트' 수입 갑절↑

[단독]삼성·SK 발빠른 대처…지난달 '日포토레지스트' 수입 갑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단독]삼성·SK 발빠른 대처…지난달 '日포토레지스트' 수입 갑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을 마치고 지난 7월 12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2019.7.1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단독]삼성·SK 발빠른 대처…지난달 '日포토레지스트' 수입 갑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지난달 우리나라에 수입된 일본산 반도체 제조용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가 전월 대비 거의 2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량 기준으로 보면 지난 6월보다 갑절 정도 증가했고 수입금액은 90% 이상 뛴 것이다.

EUV뿐 아니라 메모리 제조에도 쓰이는 'ArF(불화아르곤) 공정용'까지 합친 전체 포토레지스트의 대일(對日) 수입금액이 유독 지난달에 급증한 것은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우대국)' 배제 같은 규제확대 조치에 대비하기 위해 재고를 확보하려는 반도체 업체들의 전략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발 빠른 대응 덕분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일본 경제산업성의 규제조치 발표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 등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즉각 일본으로 출장을 떠나거나 경영진들과 비상경영회의를 여는 등 해결책 마련에 동분서주했다.

23일 관세청의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2019년 7월 우리나라로 들어온 일본산 반도체 제조용 포토레지스트 수입 중량은 141.4톤으로 전월 대비 약 87.5% 증가했다.

수입금액 기준으로 살펴보면 6월에는 약 2349만달러(약 284억원) 어치의 포토레지스트가 일본에서 수입됐으나 한달만인 지난 7월엔 4525만달러(약 546억원)로 92.6%나 급증한 것이다.

올 상반기(1~6월) 동안 월평균 수입량이나 금액과 비교하더라도 7월에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일본산 포토레지스트 월평균 수입 중량은 67.8톤, 평균 수입금액은 2117만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7월에는 중량 기준으로 올 상반기 월 평균치보다 108.6%, 금액 기준으로는 113.8% 증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는 반도체 제조용 포토레지스트 전체를 포함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에서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일본산 포토레지스트 수입량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한국에 대한 아베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감광액으로도 불리는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 표면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필수 소재다. 전세계 시장에서 JSR, TOK, 신에츠 등 일본 기업들이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대부분 일본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로 지난 7월 4일부터 한국에 대한 자국 기업들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시 기존 포괄적 허가에서 개별신청에 따른 승인 방식으로 바꾸는 규제를 적용했다.

이때 아베 정부가 규제 품목으로 꼽은 것 중 하나가 바로 포토레지스트다. 그 중에서도 일본 경제산업성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차세대 공정으로 주목받는 EUV용 포토레지스트만 규제 품목으로 지정했다. 지난 상반기 세계 최초로 7나노 EUV 양산체제를 구축한 삼성전자를 노골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의도임에 무게가 실린다.

나아가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중순부터 한국을 아예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우대국)'에서 배제하는 것을 검토했으며, 오는 28일부터 이를 적용할 방침이다.

관세청이 발표하는 통계 자료에서 실제 일본 정부가 규제 품목으로 꼽은 EUV용 포토레지스트의 수입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ArF나 KrF, EUV 등 공정별 세부 품목 분류가 돼 있지 않아서다. 하지만 품목에 관계없이 모든 제조 공정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트의 수입액이 특히나 일본에서 지난 7월에만 유독 90% 이상 급증한 것만 놓고 보면 결국 수출규제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EUV든 ArF든 일본에서의 포토레지스트 조달 자체가 수출 규제로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반도체 업체들이 7월에 미리 재고를 축적할 목적으로 대거 수입을 늘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이 더 커지기 전에 일본산 포토레지스트 수입을 늘려 단기간의 생산 차질을 막고, 추후에 국산이나 다른 나라에서의 대체품 확보를 통한 장기적 관점에서의 해결책을 강구한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일본 업체들이 수출 규제를 피해가기 위해 한국에 있는 자회사들에 미리 포토레지스트 물량 공급을 늘렸을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포토레지스트 제조사인 JSR은 JSR마이크로코리아, TOK는 티오케이첨단재료라는 자회사를 각각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이다.

이같은 대응방안은 국내 기업들이 직접 분주하게 발로 뛰며 해결책을 찾아다닌 결과로 보인다. 삼성의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터지고 며칠이 지나지 않은 지난 7월 7일에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엿새간 현지 일정을 소화했다.

또 삼성전자는 국내 협력사들에 모든 비용을 부담할테니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꼽은 3개 소재의 재고를 최대 90일치 가량 확보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의 이석희 대표이사와 김동섭 대외협력총괄 사장도 7월 중순에 각각 일본으로 긴급 출장을 다녀왔다.

이같은 기업들의 대응 전략은 일본 외 다른 나라에서의 포토레지스트 수입액 급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우리나라가 벨기에에서 들여온 포토레지스트 수입 총액은 157만8000달러로 전월 6만6000달러 대비 2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2018년 연간 수입액 약 264만달러의 59.8%에 해당된다. 즉 지난해 1년 내내 벨기에에서 수입해오던 포토레지스트 금액의 절반 이상을 7월 한달만에 들여온 것이다. 이는 벨기에에 있는 JSR 공장에서 '대체수입' 형태로 확보한 포토레지스트 물량인 것으로 보인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기업들 입장에선 당장 공장을 계속해서 가동하기 위해 재고 확보가 가장 시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수입한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 수량은 577.3톤, 금액으로는 약 1억8638만달러다. 이 중에서 일본산의 비중은 수량 기준 약 95%, 금액 기준으로는 92.4%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