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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아세안과 손잡고 北과 대화 시도…김정은 호응할까?

文 "11월 한·아세안 회의에 김정은 오면 의미 있을것" 6·30 이후 첫 남북 정상 만남 가능성…경색 해소 시도 아세안, 남북 모두와 외교 관계…소통창구 역할 기대 김정은, 대외적 권한 강화해 외교 나설 가능성 커져 북미 관계가 변수…비핵화 협상 진전 등 고려할 듯


文, 아세안과 손잡고 北과 대화 시도…김정은 호응할까?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박삼득 신임 국가보훈처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2019.08.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 또는 같은 달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하길 바란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아세안 국가들을 소통 창구로 삼아 꽉 막혔던 남북 관계를 풀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문 대통령은 30일 태국 방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또는 방콕 EAS 정상회의에 초청해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매우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방콕 EAS 정상회의에서는 동아시아 국가들과 북한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협력할 수 있을지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는 아세안 10개 회원국(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이 모두 참여한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회의에서 김 위원장을 초청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이같은 제안을 바탕으로 김 위원장을 공식 초청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이에 앞서 11월 초 방콕에 열리는 EAS 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이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AS는 아세안 10개 국가에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미국, 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형태다. 북핵 관련 당사국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셈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오는 1~3일 태국 방문 때 김 위원장의 초청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김 위원장에게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우리의 제의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 6월30일 판문점 남북미 회동으로 남북·북미 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후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지난 7월25일 이후 한 달 동안 9차례나 단거리 미사일·발사체를 발사했고 우리 측을 향해 '막말' 수준의 담화도 발표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한미 연합훈련이 끝난 만큼 남북·북미 관계도 다시 대화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에도 북한은 실질적인 협상이나 대화의 자리가 마련되기 전에는 그렇게 긴장을 끌어올려 왔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재래식 전력을 보강해 비핵화 이후를 대비하려는 성격일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 대화를 재개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文, 아세안과 손잡고 北과 대화 시도…김정은 호응할까?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새로 연구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 시험 사격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25일 보도했다. 2019.08.25. (사진=조선중앙TV 캡처) photo@newsis.com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등장 무대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방콕 EAS를 언급한 것은 아세안 국가들이 남북 관계의 소통 창구로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국제 사회에 존재감을 알린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은 모두 동남아시아(싱가포르, 베트남)에서 열렸다. 또 아세안 국가들은 남북과 모두 외교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아세안 10개 회원국 등 모두 27개국이 참여하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은 북한이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지역 안보 협의체다.

또 문 대통령은 최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사이의 철도를 이어 대륙과 해양을 잇는 '교량국가'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신남방정책', '신북방정책'을 연계한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아세안 국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경제 번영을 도모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최고지도자라는 지위를 확고하게 보장받은 점도 향후 국제무대 복귀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북한은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장과 대의원의 지위를 분리함으로써 국무위원장의 위상을 더 공고히 했다. 또 국무위원장에게 외교대표의 임명·소환 권한을 부여해 대외적인 대표성도 보장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외교대표의 임명 및 소환 권한을 국무위원회 위원장에게 부여한 것은 김 위원장이 외교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라며 "향후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에서 외교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청와대는 한·아세안 정상회의 등 국제 외교 무대에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문제는 북미 대화의 진전 속도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판문점 남북미 회동에서 북미가 약속했던 비핵화 실무 협상에 어느 정도 진전이 생겨야 남북 관계 개선과 경제 협력 문제를 논의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초청 문제는 북미 간 대화를 포함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 상황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핵 대신 경제 발전을 택함으로써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김 위원장 스스로 밝힌 의지"라며 "북한이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한이 핵을 버리고 경제협력으로 모두와 함께할 수 있도록 아세안이 많은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ahk@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