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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소비자물가지수 체계 전면 재점검 하길

한은 8월 체감물가 2.1%
지표와 괴리 갈수록 커져

한국은행은 8월의 소비자 물가인식이 2.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는 하루 전 발표된 소비자물가 상승률(-0.04%)과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현실 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가인식이란 소비자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물가상승률, 즉 체감물가를 말한다. 한은이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얼마나 올랐다고 생각하느냐'는 설문을 주고 그 결과를 집계한다. 물가인식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간 차이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1.5%포인트였다. 이 정도만으로도 격차가 적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후 두 달 사이에 격차가 2.1%포인트까지 더 벌어졌다. 이는 2013년 10월(2.1%포인트) 이후 거의 6년 만에 최대치다.

통계청은 매달 460개 품목의 상품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소비자가격 변화를 조사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를 토대로 가계의 소비지출액 비중에 따라 품목별로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되며 지표물가로 불린다. 지표물가는 현실물가를 반영하는 최대 근사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물가와 100% 일치하기는 어렵다는 한계도 지닌다. 지표물가와 체감물가 사이의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간격이 벌어질수록 정부가 발표하는 지표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질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의 소비자물가는 53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올 들어 직장인들이 부담하는 점심값은 대체로 10~20% 정도 올랐다.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인상되면서 교통비 등 각종 서비스요금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한은의 소비자 물가인식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직장인과 가정주부들은 물가상승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정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통계청은 체감물가와 지표물가 간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내년부터 '소득계층별 물가지수'를 시범적으로 산출하기로 했다. 차제에 소비자물가 조사대상 품목과 가중치 등도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소비자물가지수 구성과 조사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