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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제의에 군사 도발…요란하게 대화판 복귀한 北

대화 제의에 군사 도발…요란하게 대화판 복귀한 北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오른쪽) 2019.2.2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대화판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서다.

북한은 9일 밤 11시 30분께 발표한 최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미국에 9월 하순경에 만날 것을 제의했다. 형식은 '실무협상'으로 명시했다.

북한의 대화 재개에 대한 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의 북미 정상 회동 이후 72일 만이다.

북한이 밤늦은 시간에 담화를 발표한 것은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북한은 과거에도 주요 대미 메시지를 13시간 시차가 나는 워싱턴의 시간을 의식해 발표하곤 했다.

이번 담화에서 북한은 구체적인 언사로 대화 재개를 제의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에 요구한 '새 계산법'에 대해 최 제1부상은 "나는 그사이 미국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계산법을 찾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리라고 본다"라고 언급했다.

또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논의해 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라며 "미국 측이 조미(북미) 쌍방의 이해관계에 다 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라고 말했다. 유연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미국에 대한 '기대'를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담화 말미에 미국에 대한 경고도 잊지는 않았다. 최 제1부상은 "미국 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 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새 계산법'이 이번 대화의 화두임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담화 발표 후 수시간 뒤에 군사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대화 제의부터 군사 도발까지, 밤 사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다 한 셈이다.

이번 발사체 발사는 대미는 물론 대남 메시지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향해서는 '체제 보장'을 중심으로 한 안보 문제가 대화의 이슈임을 부각하는 효과가 있다. 제재 완화 문제에는 관심이 없으며 자위력 확보가 관건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남측에 대해서는 "대화하지 않겠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재 완화가 우선순위가 아닌 상태에서 남측과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차원에서다. 아울러 미국과의 양자 대화가 우선이며 '중재자'는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은 일단 북한의 '요란한' 대화 복귀 행보에 대해 차분한 대응을 내놨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국무부는 최 제1부상의 언급한 '9월 하순경'이라는 시점에 대해 "아직 발표할 만남이 예정돼 있지 않다"라는 입장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만남은 좋은 것"이라면서도 특유의 화법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9월 말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에 당국자를 참석시킬 예정이다. 북한의 기조연설 순서는 30일로 예정돼 있다.

북한은 당초 유엔 총회에 이례적으로 리용호 외무상을 파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우리 정부는 유엔 총회 참석자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최 제1부상이 담화에서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보자"라고 별도로 언급한 만큼 북한은 미국을 실무협상 장소로 상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북미는 그간의 실무협상을 미국에서 연 적이 한 번도 없기도 하다. 북한이 보안상의 문제로 미국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대화 재개 제의가 최 제1부상의 명의로 나온 만큼 실무협상은 북한은 최 제1부상의 주도 하에 전략을 구상해 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역시 '새 계산법'에 대한 양 측의 입장 조율이다. 북한은 이번 담화에서 미국이 마련한 새 계산법을 실무협상에서 확인하겠다고 했으나 실무협상을 위한 사전 물밑 접촉 과정에서 양 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