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대화 모드 속 무력 도발… 北'지렛대 전략'으로 협상 압박[북미 대화 재개하나]

최선희 "9월 하순 대화 하자"
트럼프 "만남은 항상 좋은 것"
美'비핵화 새 계산법'제시땐
연내 북미 정상회담 열릴 수도

대화 모드 속 무력 도발… 北'지렛대 전략'으로 협상 압박[북미 대화 재개하나]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대화가 재개 움직임을 보이면서 연내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까지 높여주고 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멈췄던 비핵화 협상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과의 실무급 접촉을 제안하는 동시에 10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대화'와 '도발'을 병행하는 북한 특유의 대화 해법으로, 보다 '진전된' 히든카드를 갖고 북·미 대화에 나설 것을 미국에 우회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대화 국면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무르익은 북·미 대화 재개 국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전날 담화문을 내고 "미국에서 협상을 주도하는 고위관계자들이 실무협상 개최에 준비돼 있다고 공언한 데 대해 유의했다"며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만남은 언제나 좋은 것"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며 긍정적 의사를 밝히면서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한 실무협상이 3개월여 만에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대치모드에서 대화모드로 급선회한 데에는 북·미 모두 비핵화 협상의 장기간 방치가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재선 성공을 위해 비핵화 문제에 어떤 식으로든 진전된 성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지속으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전환점을 마련해야 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좁아진 정치적 입지가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잇따른 미사일 도발 감행에도 불구하고 대북제재 완화라는 반대급부를 이끌어내지 못한 데 대한 군부 강경파들의 높은 불만에다 식량 부족 등으로 궁핍해질 대로 궁핍한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도 대화모드로 선회한 한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9월 북·미 간 실무접촉이 이뤄질 경우 북측이 요구한 새로운 '비핵화 계산법'에 따라 대북제재 완화 수준의 강도와 규모 등이 연내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성패' 여부를 가늠할 주요 잣대가 될 전망이다.

■北 추가 도발로 美 압박 의도

북한은 미국과의 실무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지 8시간 만인 이날 오전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 지난달 24일 이후 17일 만으로 올 들어서만 벌써 10번째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6시53분경과 7시12분경 북한이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쪽으로 발사한 미상의 단거리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체의 최대 비행거리는 약 330㎞로 탐지됐으며 추가적인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분석 중이다. 합참은 "북한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 행위는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청와대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전반적인 군사안보 상황을 점검했다.

신무기 검증 과정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발사지점이 평안남도 내륙이라는 점에서 지난달 10일과 16일 잇달아 시험발사했지만 아직 내륙횡단 시험발사를 하지 않은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나 지난달 24일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날 도발이 결국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을 정조준한 '강한 압박'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북한은 항상 도발과 대화를 병행해왔다"면서 "미국에 새로운 조건을 가지고 대화에 나오라는 압박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엽 교수는 "북·미 대화와는 별개로 북한이 스스로 정한 길을 가겠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