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9.19 평양 정상회담 공동선언 1주년…꽉 막힌 남북관계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남북관계는 지난해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10년여간 지속해 온 냉각기를 깨고 관계 재정립의 시기를 맞았다.

지난해 4월 27일과 5월 26일 두 차례 남북 정상이 이례적으로 정상회담을 연이어 개최하면서 남북관계 개선, 재정립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진행됐던 9월 평양 정상회담은 남북관계의 절정기를 보여 줬던 장면이기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과거 두 차례 평양에서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우리 측에 제공됐던 의전과 편의를 뛰어넘는 수준의 '환대'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분위기에서는 남북관계, 남북 대화의 정체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평양 정상회담 1년 뒤 남북관계 상황은 180도 역전됐다.

북한은 올해 2월 하노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지난해부터 진행해 온 비핵화 협상의 전략을 변경했다.

지난해 북한은 단계적으로 북미 양 측이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와 이에 대한 보상을 주고받는 방식의 협상 전략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다.

보상은 대북 제재 완화를 중심으로 한 경제적 보상이었다. 북한이 우리 측과의 적극적인 대화에 임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도로와 철도의 현대화 사업 등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북 간 경제협력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었다. 그리고 이 사업들은 대북 제재가 완화되거나 일부 해제돼야 가능한 것들이었다.

결국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제재 완화를 추구하면서 협상의 진전에 따라 남측과의 사업 재개를 준비하는 방식으로 외교 전략을 구사해 온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방식이 아닌 '빅딜'로 불린 일괄타결에 가까운 방식의 제안을 내놨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남북 간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는 정황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간 '중재자' 역할을 했던 우리 측을 통해 '사전에' 전달된 미국 측의 안건과 북한이 실제 회담장에서 접한 미국 측의 제안 내용이 달랐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회담 직후 '미국의 계산법'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4월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미국에 '새 계산법'을 요구하면서 대화를 중단했고 국면을 냉각시켰다.

북한은 남측에 대해서도 비난을 가하며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중재자'로서의 우리 측의 역할에 실망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조건 없는' 재개를 언급했음에도 우리 측이 호응하지 않은 것도 북한의 반발을 산 원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남측이 미국에 의사결정을 의존하고 있다며 비난하기 시작해 8월 한미 합동 군사연습을 계기로 우리 측에 대한 비난과 압박 행보를 강화했다.

5월 한 차례 진행한 발사체 발사에 이어 7월부터 8월까지 이어진 신형 발사체는 대부분 남측 지역을 사거리로 했다.

4월27일 판문점 정상회담과 9월 평양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역사에서 의미가 있는 정치적 기념일에도 남북 간 공동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최근 들어서도 북한은 우리 측에 대해서는 별다른 손짓을 하고 있지 않다.

정부 역시 남북 간 '신뢰'를 언급하며 냉각을 인정하지 않다 최근 들어서 "북미 대화가 진척된다면 남북관계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는 입장을 내고 있다.

결국 남북관계, 남북 대화 재개의 관건은 연말에 변곡점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북미 대화의 전척 여부다.

북미는 일단 9월 하순 실무협상에 시동을 걸었다.
북한은 핵심 실무진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로 미국에 대화를 제의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싫어하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대화판에서 빼며 북한에 대한 과거 그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13일에는 연내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도 열어두는 언급을 했다. 연휴 이후부터 전개될 북미 대화의 진전 속도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