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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靑은 고용 좋다는데 산업계엔 감원 찬바람

8월 지표서 일부만 부각
재정 일자리가 현실 왜곡

고용지표를 놓고 엇갈린 해석이 나와 혼란을 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고용상황이 양과 질 모두에서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7일 "일국의 대통령이란 분이 새빨간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민 농간'' 얄팍한 거짓말'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과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지난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근거를 둔다. 하지만 같은 지표를 두고 해석은 180도 달랐다. 고용의 양이 는 것은 맞다. 8월 취업자는 1년 전에 비해 45만명 늘었다. 월별로는 2년5개월, 8월 기준으로는 5년 만에 최대다. 질이 좋아졌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문 대통령은 그 근거로 8월 상용직이 49만명 늘고, 고용보험 가입자가 증가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고용사정이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뚜렷하게' 좋아졌는지는 의문이다. 8월 신규 취업자가 45만명 늘었지만 60세 이상이 39만명으로 86%에 이른다. 민간이 만든 좋은 일자리보다 재정(세금)으로 만든 일회성 일자리가 급증한 덕이다. 또한 문 대통령은 아예 고용시장에서 이탈한 '쉬었음' 또는 구직단념자를 고려하지 않았다. 8월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35만명 많은 약 217만명에 달했다. 구직단념자는 10만명 많은 54만명을 기록했다. '쉬었음'과 구직단념자는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다. 실업통계가 가진 한계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반도체 불황, 미·중 통상마찰 등 대내외 요인이 겹치면서 취임 후 고용성적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월말고사 성적이 쑥 오르면 어떤 학생이라도 빨리 부모한테 자랑하고 싶어진다. 8월 고용동향 성적표를 받아든 문 대통령도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보고 싶은 숫자만 봐서는 안 된다. 산업계에선 자동차·디스플레이 업종을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가 다 어렵다. LG디스플레이는 16일 실적부진의 책임을 물어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했다. 이게 실물경제가 돌아가는 현실이다. 희망퇴직의 갈림길에 선 근로자에게 '고용의 양과 질이 뚜렷하게 좋아지고 있다'는 말이 과연 귀에 들어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