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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북미협상 수석대표" 3개월만에 목소리 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자격 담화로 공식확인
미국과 협상경험 풍부...협상권한은 제한적

[파이낸셜뉴스] 북미실무협상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명길이 담화문을 발표하며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정부 안팎에서는 김명길이 북측 수석대표라는 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지만 공식석상이나 문건에 등장하지 않아 궁금증을 낳기도 했다.

20일 김명길은 외무성 순회대사 자격으로 담화를 내고 "조미실무협상 우리측 수석대표"라고 언급했다. 북미실무협상 미국측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카운터 파트가 명확해진 셈이다.

북미실무협상은 지난 6월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의로 되살아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에게 협상대표를 맡겼고 실무대표는 비건 대표가 계속 맡도록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카운터 파트가 통일전선부가 아닌 외무성이라고 밝히며 협상창구의 교체 사실을 알렸다.

"내가 북미협상 수석대표" 3개월만에 목소리 낸 김명길
김명길 전 주베트남 북한 대사. 2019.2.20/뉴스1
카운터 파트의 교체는 누가 북한의 실무대표를 맡을 것이냐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는 급이 같은 리용호 외무상이 맡으면 됐지만 비건의 카운터 파트가 문제였다. 북한의 대미 외교를 담당했던 최선희 외무성 북미국장이 제1부상을 맡으며 국무위원으로 승격돼 비건 대표보다 급이 높아진 것이 이유였다. 북한이 실무협상에서 최선희의 대체자로 누구를 내보낼지가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의 실무대표로 떠오른 인물이 김명길 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였다. 1982년 외무성에 들어간 김명길은 외무성 미주국에 근무하며 북핵위기 당시 제네바합의 협상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6자회담에도 참여하는 등 북한의 대미외교에 실무를 담당했다. 지난 2015년에는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에 임명됐고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때에는 김정은 위원장을 밀착 지원했다. 지난 4월에 임기를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미국과의 협상 경험이 풍부하지만 대부분의 이력이 2010년 이전이어서 과거의 인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의 판단에 달린 비핵화 협상에서 수석대표가 누가 되든 큰 의미는 없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한편 순회대사는 일정한 나라에 주재하지 않고 특별한 임무를 띠고 여러 나라를 순회하는 대사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임무를 마치면 직위에서 물러난다. 북미실무협상에 내보내기 위해 김명길을 순회대사에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아세안 지역 안보 포럼(ARF) 외무장관 회담 당시 북한은 외무상이 아닌 순회대사를 보내기도 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