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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감정의 응어리 씻자" 한·일 기업인들의 호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이 24일 "한·일 양국은 감정의 응어리를 뛰어넘어 역내 질서에 대한 현실적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롯데호텔에서 '급변하는 세계 경제 속의 한·일 협력'을 주제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 기조연설에서다. 손 회장은 "한·일 간 무역분쟁은 양국 기업 모두에 불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두 나라 정부의 협력을 통해 동반하락이 아닌 동반성장의 길로 함께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감정싸움의 수렁에 빠진 두 나라 정치지도자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고언이다.

한·일 무역분쟁은 이해하기 힘든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먼저 일본이 역사 문제에 경제를 걸고 넘어졌다.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을 제한하고,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한국도 가만있지 않았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를 통보하고,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이어 한국판 백색국가 명단에서 일본을 뺐다. 또 다른 시한폭탄이 있다. 지금 한국 법원은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자산을 강제로 매각하는 절차를 밟는 중이다. 실제 매각이 이뤄지면 한·일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된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는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풀 해법을 찾아야 한다. 당장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면 최소한 정경분리 원칙이라도 천명하는 게 옳다. 손 회장은 한·일 갈등이 "국제분업의 선순환 구조를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세계 3위, 한국은 11위의 경제국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감당해야 할 몫이 있다. 그런 두 나라가 과거에 얽매여 국제질서를 어지럽히는 모습은 보기에도 참 민망하다.

한·일 경제인에게도 당부한다. 정치권 눈치는 그만 보고 불만이 있으면 당당히 표출하기 바란다. 더 이상 기다릴 여유가 없다.
기업이 정치에 맞서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그러나 두 나라 경제인이 힘을 모아 한목소리를 내면 정치권도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한일경제인회의에서 한·일 양국 정부에 보내는 공동성명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