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고위험 장외 파생상품을 왜 은행서 파나

파생결합펀드 끝내 사달
불완전판매 고질 되풀이

파생결합펀드(DLF)가 끝내 사달이 났다. 우리은행이 판 DLF 가운데 26일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이 전액 원금손실이 확정됐다. 이 펀드는 독일 국채 금리에 연계된 상품이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3%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0.6% 밑으로 떨어지면 100% 원금을 잃는 구조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평가기준일인 24일 -0.619%까지 떨어졌다.

DLF 소동은 금융의 역할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은행은 욕심을 부렸다. 올 7월에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내렸다. 그 전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놓고 금리인하 압박을 넣기 시작했다. 올 들어 시장 분위기도 금리인하 쪽으로 확 바뀌었다. 독일 국채 금리도 그 영향권 안에 있다. 그런데도 일부 은행은 지난 5월까지 금리인상에 베팅하는 DLF를 고객에게 팔았다. 이는 은행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는 행위다.

은행이 이런 무리수를 둔 밑바닥엔 글로벌 저금리가 있다. 바닥을 기는 예대마진보다는 펀드판매 수수료의 수익성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은행 직원들은 실적 부담에 시달린다. 이들은 은행을 찾은 보수적인 고령층 고객에게 DLF라는 고위험 장외 파생상품을 권유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분쟁조정을 신청한 고객 중엔 노후자금을 정기예금으로 넣으려고 은행을 찾았다 영·미 이자율스와프(CMS) DLF를 구입한 사례도 있다.

고객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종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를 놓고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가입 절차가 엄격해졌다. 특히 파생상품은 신청서 곳곳에 '듣고 이해했다'는 항목이 있고, 여러 군데 서명을 한다.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바라는 고객은 그만큼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금융감독 당국은 DLF와 같은 장외 파생상품을 은행 창구를 통해 판매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깊이 고민하기 바란다. 한국 금융산업은 은행으로 기운 운동장이다. 이처럼 자본시장이 취약하다 보니 파생상품 같은 고위험 상품까지 은행을 판매채널로 이용한다. 그 결과 정기예금을 들어야 할 보수성향의 고객이 갑자기 공격투자형 투자자로 변신하는 일이 자꾸 벌어진다.

금감원은 조만간 DLF 분쟁조정 결과를 내놓는다. 이미 일부 투자자들은 원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예전 불완전판매 소동 때도 같은 패턴을 밟았다.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 이번 기회에 DLS와 같은 장외 파생상품의 설계·판매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