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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내년 성장률 2009년 이후 최저" 유엔의 경고

세계경제가 내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9일 내놓은 '무역과 개발 보고서'에서 올 세계경제 성장률이 2.3%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1.7%)을 기록했던 지난 2009년 이후 최저치다. 그러면서 UNCTAD는 "내년엔 상황이 더 나빠져 세계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미국,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하강이다. 보고서는 미국 경제의 경우 지난 2017년 실시한 감세정책 효과가 사라져가고 있고, 영국은 노딜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고 봤다. 또 독일은 올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경기침체 경고등이 이미 켜진 상황이다.

이런 세계경제의 움직임은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의 유탄을 맞을 대표적인 국가로 한국이 꼽히고 있다는 사실은 뼈아프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미·중 갈등으로 한국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다보니 내년 한국 경제가 올해보다 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와 내년 전망치를 각각 1.8%와 1.6%로 봤고, 모간스탠리는 1.8%와 1.7%로 예상했다. 또 국내 연구기관인 LG경제연구원도 올해 성장률을 2.0%, 내년 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내년 세계경제가 내리막을 걸을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경제활력을 되찾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의 대책은 주로 재정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무작정 재정 투자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대외여건 악화에도 한국 경제가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규제완화의 속도를 높이고, 기업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등 기본을 챙겨야 한다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