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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본 文대통령, 윤석열에 다시 경고…"개혁안 속히 내라"

촛불 본 文대통령, 윤석열에 다시 경고…"개혁안 속히 내라"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조국 법무부장관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9.30/뉴스1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최은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과 27일에 이어 30일 또다시 검찰을 향해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나선 배경에는 검찰 조직의 현재 미온적인 태도로는 검찰개혁이 무산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국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로 '개혁의 배'가 좌초할 위기에 이르자 문 대통령이 직접 선장으로 승선해 목적지로의 항해를 적극 독려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을 임명하면서부터 '수사는 수사, 개혁은 개혁'이라는 기조를 강조해왔으나 검찰이 조 장관에 대한 수사를 이유로 개혁을 뒷전으로 두고 사실상 좌초시키려 한다는 여권 및 지지층의 거세지는 반발을 받아들인 셈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35분 동안 청와대에서 조 장관으로부터 검찰권 행사 및 조직 운용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검찰개혁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와 검찰 양쪽을 향해 주문을 내놓았다.

우선 법무부에 대해서는 이날 업무보고가 검찰개혁에 관한 내용인 만큼 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한 보완 지시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을 향해 "오늘 법무부장관이 보고한 검찰의 형사부, 공판부 강화와 피의사실 공보준칙 개정 등은 모두 검찰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들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 구성원들과 시민사회 의견을 더 수렴하는 한편, 조 장관과 그 일가(一家)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개혁을 추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무엇보다 이날 문 대통령의 지시사항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지시였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장관에 대한 주문을 마친 후에 "따라서 검찰총장에게도 지시한다"고 명시하면서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검찰 내부의 젊은 검사들, 여성 검사들,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들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검찰 또한 검찰개혁의 주체'라는 점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검찰에 개혁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것도 '조속히' 내라는 지시다.

문 대통령의 거듭된 요구에도 법무부와는 달리 그동안 검찰 차원의 자체 개혁방안을 마련하는 데 소홀했다는 질책과 경고가 담겨 있다.

이로써 윤 총장은 표면적으로라도 조 장관에 대한 수사보다 검찰개혁을 우선순위에 두고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문 대통령이 이날 지시를 통해 국민의 눈길을 '대통령이 지시한 검찰개혁을 윤 총장이 언제쯤 내놓을까'로 옮겼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은 시기 또한 의미심장하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참모진에게 '법무부로부터 30일에 업무보고를 받겠다'는 뜻을 먼저 밝혔다 한다. 대통령이 정부 업무보고를 받는 것은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27일은 문 대통령이 9일에 이어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날이었고 28일에는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서울 서초동 촛불집회가 열렸던 때다.

특히 서초동 촛불집회를 두고 정확한 참석자 추산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이후 최대규모(주최 측 추산 200만명)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 속 청와대는 29일 이에 대해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힘을 실었다.

청와대는 촛불집회보다 이전에 업무보고를 받겠다고 확정지은 만큼 촛불집회와 업무보고의 상관관계는 적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촛불집회 일정은 이미 확정돼 세간에 알려져 있던 터다.

또한 이날 보고가 법무부 업무보고이기는 했지만 윤 총장을 향한 지시사항이 확실히 있었다면 윤 총장을 직접 부를 법 했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장관을 통해 지시사항을 전달한 것은 문 대통령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란 상하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겠냐는 풀이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검찰개혁도 중요하지만 청와대가 검찰개혁 촛불집회 직후 사실상 검찰을 정조준함으로써 조국 사태를 둘러싼 '진영 갈등'에 너무 깊숙이 발을 들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 장관의 도덕성이 검찰개혁의 좌초 위기를 부른 배경 중 하나라는 의견 또한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조 장관 옹호와 검찰개혁에 방점을 둔 촛불집회에만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습은 문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강조해왔던 '국민통합 기조'와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이날 지시에 있어 수사 위축 문제 또한 우려했음을 강조하면서 지시 역시 "검찰총장에게만 지시를 한 것이 아니라, 법무부장관에게도 지시를 했다"며 청와대가 검찰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