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5년 뒤 경쟁력, 중국이 최강이라는데

5년 뒤 반도체를 뺀 나머지 주력산업이 중국에 시장을 내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9월 29일 '한국 9대 주력산업의 한·중·일 경쟁력 비교·전망' 보고서를 통해 "5년 뒤인 2024년에는 중국이 주요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늘리며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섬유산업 1개 분야에서만 우위를 보였던 중국이 기계·석유화학·철강 등 8개 분야에서 1위에 올라설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1개 분야에서만 우위를 지키고, 일본은 단 한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기술경쟁력에서도 중국의 추격은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100으로 봤을 때 지난 2000년 중국의 기술경쟁력은 59.6에 불과했으나 올 6월 말 현재 79.8로 격차를 줄인 데 이어 5년 뒤에는 89.1로 우리를 바짝 추격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무선통신기기(96.3), 철강(91.7), 디스플레이(91.7) 같은 분야는 우리 기술력을 90% 이상 추격할 것으로 관측됐다. 또 같은 기간 일본의 기술경쟁력은 113.8에서 102.8로, 다시 97.4로 계속 쪼그라들어 한·중·일 3국의 기술격차는 무의미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중국의 거센 도전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LCD산업이 반면교사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LCD산업은 반도체와 함께 한국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분야였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국의 추격에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난해 중국에 역전을 허용하며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 2015년 중국 정부가 첨단산업 육성정책인 '제조 2025'를 내놓으며 LCD산업을 전폭 지원한 결과다.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선 연구개발(R&D)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인력 수준(100대 85.9)이나 기초과학 경쟁력(100대 87.4)에선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정부지원(100대 133.9)에선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보고서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또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화평법) 등 기술경쟁력 확보에 저해되는 규제법안 개혁과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산학연 협력 및 활성화도 게을리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