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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北 SLBM 도발도 못 본 척 하려나

북한이 2일 오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강원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쏜 발사체의 사거리를 약 450㎞로 추정했다. 북측이 3여년 만에 사전탐지가 어려운 SLBM 시험발사를 재개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도발은 올 들어 북측이 10차례 감행한 다른 발사체 실험과는 차원을 달리한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이 남북 대화나 미·북 협상 국면에서도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기술 고도화를 추구해 왔음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북측이 도발을 자행한 시점이 주목된다. 1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5일 미국과 비핵화 실무협상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다음 날이어서다. 북한이 미국에 '선비핵화·후제재완화' 접근법을 포기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을 겨냥한 벼랑끝 전술의 일환이란 얘기다. 미국이 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오지 않으면 도발 수위를 더 높이겠다는 압박인 셈이다.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SLBM 발사로 북핵협상은 분기점을 맞은 형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큰 문제가 아니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SLBM은 사거리가 짧더라도 잠수함으로 가까이 접근해 쏠 수 있어 미국에도 위협이 된다. 더욱이 발사 전 탐지가 어려워 미국이 오바마 행정부 이래 구축해온 사이버 미사일방어시스템인 '발사의 왼편' 전술이 힘을 잃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핵동결 수준의 '스몰딜'을 추구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재선 고지를 앞두고 하원의 탄핵조사를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물을 포장해야 할 처지라서다. 그에 의해 경질된 존 볼턴 안보보좌관은 며칠 전 "북한은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만에 하나 트럼프가 정치적 곤경에서 헤어나기 위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는 미완의 합의를 추구한다면 우리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 간 공조에 빈틈이 없어야 할 이유다. 북·미 협상의 로드맵은 바뀌더라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한·미의 등정 목표는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