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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주 52시간제 미뤄달라는 中企, 걷어찬 고용부

4일 열린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시행을 두 달가량 남겨놓은 주52시간 근무제였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부 국감에서 이재갑 장관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주52시간제 도입을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등에서 주52시간제 적용을 유예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으나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지난달 초 고용부가 제도 시행에 앞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52시간제 도입 시 문제가 없다고 밝힌 중소기업은 61%에 불과했다. 10곳 중 4곳은 아직 준비가 안됐다는 얘기다. 지난 5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주52시간제 시행 시 '가동률 저하로 인한 생산차질과 납기준수 곤란' 등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답한 기업이 31.2%나 됐다. 불규칙적 업무량과 전문성 등으로 대체인력 채용이 곤란하고, 급격한 비용부담으로 신규 채용 또한 쉽지 않다는 점도 중소기업의 대표적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게다가 주52시간제를 보완할 탄력근로제 관련 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이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말 국회 환노위와 가진 정책간담회에서 "제도 시행을 1년 유예해달라"고 호소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주52시간제를 아예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아직 준비가 덜 됐으니 시간을 좀 더 달라는 얘기다. 이에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52시간제 시행 시기를 전면 재검토해달라"는 건의서를 정부에 전달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중소기업의 대응능력이나 전반적 산업구조 등을 감안할 때 아직 주52시간제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경총의 주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52시간제를 도입하면서 '근로시간 특례제외업종'을 지정, 제도 적용을 유예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대학, 방송, 금융, 보건업 등 21개 업종과 육상·항공운송업 등 운송 관련 서비스업이다. 또 일본의 수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연구개발(R&D) 인력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할 방침이라고도 밝힌 바 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도 업종별로 필요할 땐 주52시간제를 유예하는 특례제도를 도입해봄 직하다. 이렇게라도 해야 고사 직전의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도 '특별한 경우'가 있을 땐 추가 근로를 허용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도 노동자가 원하면 초과근무를 할 수 있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