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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日 수출규제 100일, 소·부·장 특별법 개정 급하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무역보복에 나선 지 11일로 100일이 지났다. 일본은 우리의 취약분야인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의 공급을 끊어 한국의 핵심 산업에 타격을 주려 하고 있다. 국내 관련 기업들은 현재까지는 예상보다 잘 버텨내고 있다. 그러나 수출규제가 장기화하면 불안감이 커지고, 구체적인 피해도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11일 대통령 직속으로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소·부·장 경쟁력위원회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부·장 업종에 매년 2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원 확보가 장기·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소·부·장 특별회계를 설치할 계획이다.

국내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은 매우 취약하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작성한 '제조업체의 소재·부품 조달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199개 제조업체 중 45.7%가 1년 전에 비해 소재·부품 조달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대기업에 비해 중견·중소기업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

수출규제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낙후된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작업이 시급하다. 이날 발족한 소·부·장 경쟁력위원회가 앞으로 이 작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위원회에는 관계부처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경제 관련 단체와 연구기관장,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장,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대표, 관련 전문가 등 민관에서 30여명이 참여했다. 위원회는 핵심전략기술 100개 이상을 선정해 연구개발(R&D) 및 상용화를 지원한다. 기업들에 대한 자금·세제·입지 지원과 함께 관련 화학물질의 개발·생산·관리·판매·수입 등에 관한 각종 규제의 특례도 폭넓게 허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 작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려면 무엇보다 법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위해 최근 소·부·장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소·부·장 경쟁력위원회의 설치·운영, 안정적 재원조달을 위한 특별회계 설치, 각종 규제완화 등을 포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권은 조국 사태로 극한적 대치 상황에 빠져 있다. 그러나 소·부·장 특별법까지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특별법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