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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격동의 35일…”이제 한명의 시민으로”

‘조국 법무부’ 격동의 35일…”이제 한명의 시민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2019.10.1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조국 법무부’ 격동의 35일…”이제 한명의 시민으로”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검찰깃발과 태극기 2019.10.1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조국 법무부’ 격동의 35일…”이제 한명의 시민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2019.10.1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윤다정 기자 =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전격 사퇴 의사를 표했다. 장관 취임 35일 만이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오는 15일 국무회의에 상정할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한 뒤, 3시간여 뒤인 오후에 보도자료를 내고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저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줄 후임자에게 바통을 넘기고 마무리를 부탁드리고자 한다. 국민이 저를 딛고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표창장 위조 의혹'으로 기소돼 오는 18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있고, 가족과 지인들이 비위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등 '조국 법무부'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조 장관이 대처해야 할 사안은 여전히 남은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 이후 조 장관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연루 사건, 논문 표절 의혹, '회전문 인사' 논란 등을 둘러싸고 산발적으로 전개되던 검증 국면은 정 교수 소유의 부산 해운대 아파트를 동생의 전 부인에게 매매한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이어 조 장관 가족이 신고 재산보다 많은 금액을 사모펀드에 약정했는데, 해당 사모펀드 운용사의 실소유자가 조 장관의 5촌 조카로 알려진 만큼 투자 경위를 상세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기 시작했다. 조 후보자 일가가 운영하는 웅동학원의 '채무 면탈' 의혹도 비슷한 시기에 제기됐다.

검증 국면에 기름을 부은 것은 조 장관 딸의 특혜 및 부정입시 의혹이었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중 2차례나 유급을 하고도 6학기 동안 장학금을 받았고, 한영외고 재학 중 2주간 인턴을 하고 단국대 의대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됐다는 등의 사실이 언론을 통해 터져나왔다.

평소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강조하던 조 장관이 탈법 또는 편법적인 방식으로 자녀 입시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조 장관의 모교인 서울대, 조 후보자 자녀의 모교인 고려대에서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재학생·졸업생의 촛불집회도 이어졌다.

여야가 진통 끝에 지난 8월26일 조 장관 인사청문회 개최 일정(9월2~3일)에 합의했지만 이튿날(8월27일) 검찰이 20여곳에 달하는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전격 돌입하며 조 장관 관련 의혹은 본격적인 수사 국면으로 전환됐다. 이에 조 장관은 국회에서 약 11시간에 걸친 '끝장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을 내놨지만, 딸이 부산대 의전원 지원 당시 제출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의혹이 터지며 여론이 요동쳤다.

여야가 전격적으로 인사청문회 개최에 합의하면서 지난달 6일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조 장관은 당시 청문회에서 "지난 한 달이 10년, 20년 같았다"며 소회를 밝히며 의혹 해명을 진행했다. 하지만 검찰이 조 장관 인사청문회 종료를 1시간여 앞두고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하면서 인사청문회는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도 지난 9일 이례적으로 장관 임명장 수여식을 생중계하며 조 장관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법무장관으로 임명했다. 조 장관을 통해 검찰개혁을 마무리 짓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설명이었다. 조 장관은 결국 장관으로 지명된지 정확히 한달(31일)만에 법무부가 위치한 정부과천청사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조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업무를 시작한 당일 검찰개혁추진지원단(검찰개혁주진단)을 구성하라는 '1호 지시'를 내린 것을 시작으로 검찰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이틀 뒤인 11일에는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개혁위)를 신속하게 구성해 발족하라는 '2호 지시'를 내렸다. 일선 검사들과의 대화에도 나섰다.

하지만 현직 법무부 장관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계속됐다. 검찰은 추가 압수수색과 관계자 조사에 박차를 가하며 정 교수와 조 장관 일가가 각종 의혹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해왔다. 지난달 16일 수사 착수 이후 처음으로 조 장관의 직계 가족(딸 조모씨)을 불러 조사했고, 뒤 이어 아들까지 소환해 입시 부정 의혹 조사를 이어갔다. 정 교수는 지난 3일 첫 검찰 조사를 받았다.

관계자 신병 확보 시도도 이어졌다. '조국 가족 펀드' 운용사 대표와 투자업체인 가로등점멸기 생산업체 대표는 구속을 피했지만 코링크PE 실소유자로 지목된 5촌 조카 조모씨와 웅동학원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조 장관 동생의 '돈 심부름' 역할을 한 금품전달책 2명은 구속됐다. 하지만 금품을 전달받은 혐의를 받는 조 장관의 동생에 대해서는 9일 영장이 기각됐다.

지난달 23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검찰을 관할하는 현직 법무부장관의 자택 압수수색도 실시됐다. 계속된 논란 속에 조 장관 지지와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서초동에서 수차례 열렸다. 이에 맞서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집회도 이어졌다.

조 장관은 취임 한달만인 지난 8일 특수부 축소 등 검찰개혁의 청사진을 직접 발표했다.
발표 6일 만인 이날 두번째 기자회견에서는 특수부 명칭 폐지·축소를 위해 대검찰청과 합의한 내용을 반영해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15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겠다고 했다. 조 장관은 불과 3시간 뒤인 오후 2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조 장관은 마지막 퇴근길에서 "저는 이제 한명의 시민으로 돌아간다"며 "법무부 혁신과 검찰개혁의 과제는 저보다 훌륭한 후임자가 맡으실 것이고, 더 중요하게는 국민들이 마지막 마무리를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