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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사쿠라 보고서, 日 변화 기류를 주목한다

일본은행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로 일본 경제가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발간된 '사쿠라 보고서'에서다. 사쿠라 보고서는 일본은행이 석 달에 한 번씩 발간하는 지역경제보고서다. 일본 전역을 9개 권역으로 나눠 실물경제 동향을 파악, 통화정책 수립에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사쿠라 보고서는 한국의 상품 불매와 여행 거부로 일본 지역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상세히 소개했다. 숙박업계는 한국인 여행객 비중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예약 취소가 늘면서 사태 장기화를 우려했다. 전자부품·장치 업계는 수주감소로 경기회복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한국기업의 조달처 변경으로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잃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일본 정계와 재계는 한국의 불매나 여행 거부가 일본 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수출규제에 대한 한국의 비판과 반발에 대해서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이런 와중에 보수적인 일본은행이 이 같은 내용을 보고서에 담은 것은 이례적이다.

변화의 기류는 최근 정치인, 경제인, 문인 등 일본 내 다양한 계층에서도 감지된다. 유니클로 창업자인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본이 한국에 반감을 갖는 것은 일본인이 열등해졌다는 증거"라며 일본 사회의 자제와 반성을 호소했다. "일본은 이대로 가면 망한다"며 대대적 개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유명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문을 읽지 않은 사람은 방송에서 말하게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옹호하면서 일본 혐한 방송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16일 참의원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라며 "한국과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내린 이후 아베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대화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언론들은 24일 아베 신조 총리가 이낙연 국무총리와 회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번의 회담으로 쌓인 현안을 모두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상호존중의 바탕 위에 해묵은 갈등을 푸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