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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성장잠재력 둔화, 여성인력이 ‘히든 카드’

여성 고용률이 선진국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21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여성 고용률은 지난해 57.2%로 3050클럽 7개국 중 6위에 그쳤다. 3050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고, 인구가 5000만명 이상인 나라들을 말한다.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중장기적으로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느려 선진국과 격차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 10년 동안(2008~2018년) 3.9%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은 9.9%포인트, 독일도 7.8%포인트 각각 높아졌다. 선진국과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더 커진 것이다. 그 결과 여성 고용률 격차가 지난해 기준으로 1위인 독일(72.1%)과는 14.9%포인트나 벌어졌다.

특히 35~44세의 여성 고용률은 7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독일과 비교하면 2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 연령대는 출산·육아를 위해 잠시 휴직했거나 퇴직한 여성들이 다시 직장으로 돌아오는 시기다. 이 연령대 고용률이 큰 격차를 보인 것은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취업·승진과 가사 부담 등에서 남녀 간 성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시스템이 빈약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여성 인력 활용이 중요한 것은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여성 생산가능인구는 지난 10년 동안 13.9%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처음으로 6만5000명이 줄면서 한국도 생산인구 감소 시대가 시작됐다. 앞으로 감소폭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인구 감소는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그런 예다. 일본식 디플레를 막기 위해서는 노동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어야 한다.


성장잠재력이 둔화할 위기에 처해있는 한국 경제에 여성 인력은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 맥킨지는 최근 한국이 노동시장에서 성 격차를 개선할 경우 202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이 9% 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