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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나루히토 일왕 즉위, 평화의 시대 열어가길

일본의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22일 즉위식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등 각국 축하사절과 자국 내 각계 대표 앞에서 '레이와(令和)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린 것이다. 레이와는 '아름다운 조화'를 뜻한다는 새 연호다. 이번 즉위식이 연호의 취지에 걸맞게 일본이 한국 등 동북아 이웃은 물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그는 올해 5월 1일 고령을 이유로 스스로 '헤이세이(平成) 시대'를 마감한 아키히토 일왕의 뒤를 이었다. 물론 그는 일본 사회에서 한때 '살아있는 신'으로 불리던 천황의 위상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평화헌법이 제정되고, 히로히토의 '쇼와(昭和) 시대'를 거치면서 일왕은 국가통합의 상징으로만 남아 있어서다. 그렇다 하더라도 첫 전후세대 일왕인 그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저 거둘 순 없다. 최소한 그가 일본 사회를 침략의 과거사와 결별하고, 평화와 협력을 이끄는 구심점이 될 수는 있어서다.

그럼에도 즉위식을 지켜보는 주변국의 시선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즉위 이후 간헐적으로 평화를 기원하는 그의 어깨 너머로 일본의 현 집권층이 평화헌법 개정 등 우경화의 과속 페달을 밟고 있어서다. 특히 일본 정부 내에서 한반도 식민지배 과거사를 왜곡하거나 부인하려는 목소리가 들리면서 우리의 경계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아베 신조 총리도 얼마 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일본이 국제사회의 우호와 평화, 인류의 복지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다짐했다. 선왕인 아키히토의 평화주의자 행보를 잇겠다는 의지라면 우리로선 다행스럽다.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나 '고노 담화'를 사실상 부인하는 일본 내 국수주의 세력의 폭주에 제동을 거는 '양심의 브레이크'가 되기를 비는 마음에서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즉위식을 계기로 한,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만남도 일단 희망을 갖게 한다. 한·일이 강제징용 문제 등 과거사가 빌미가 된 무역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미래지향적 협력의 물꼬를 트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