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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남측 시설 들어내라는 김정은...현대 "당혹" 정부 "의도 파악"

"남측시설 들어내고 우리식으로 건설" 지시
현대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할 것" 입장
통일부 "국민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접근"

[파이낸셜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을 현지지도하며 "너절한 남측 시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고 새로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정책이 잘못됐다면서 독자적인 개발계획을 제시했다. 현대그룹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차분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정은 "금강산 남측시설 싹 들어내라"
23일 북한 관영매체 로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세계적인 명산인 금강산에 가설건물을 방불케하는 이런 집들을 몇동 꾸려놓고 관광을 하게 한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면서 "손쉽게 관광지나 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돼 흠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력이 여릴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며 다시한번 과거의 결정을 비판했다.

금강산 남측 시설 들어내라는 김정은...현대 "당혹" 정부 "의도 파악"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고성항과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옥류관, 금강펜션타운, 구룡마을, 온천빌리지, 가족호텔, 제2온정각, 고성항회집, 고성항골프장, 고성항출입사무소 등 남조선측에서 건설한 대상들과 삼일포와 해금강, 구룡연일대를 돌아보며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시설물에 대해 엄하게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2019.10.18. (사진=노동신문 캡처)
이같은 발언은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옥류관, 금강펜션타운, 가족호텔 등의 건물을 둘러본 뒤 나왔다.

김 위원장은 특히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보아시설을 우리식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금강산의 남측건물은 주로 정부와 한국관광공사, 현대아산이 소유하고 있다. 이산가족면회소는 정부, 금강산온천·문화회관·온정각 면세점해금강호텔은 관광공사 소유다. 현대아산측 건물은 온정각, 옥류관, 온천빌리지, 구룡마을, 금강빌리지, 연유공급소, 부두시설, 금강산병원 등 9개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해 평양에서 남북정상이 금강산관광의 조속한 재개를 합의하고, 자신이 올해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철거 지시에 현대아산은 입장문을 내고 "관광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남북관계와 금강산 관광은 별개"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와 금강산관광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지금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돼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성항해안관광지구, 비로봉등산관광지구, 해금강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를 조성하고 이에 따른 금강산관광지구총개발계획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건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또금강산관광지구일대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마식령스키장이 하나로 연결된 문화관광지구로 조성하도록 했다.

금강산 남측 시설 들어내라는 김정은...현대 "당혹" 정부 "의도 파악"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고성항과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옥류관, 금강펜션타운, 구룡마을, 온천빌리지, 가족호텔, 제2온정각, 고성항회집, 고성항골프장, 고성항출입사무소 등 남조선측에서 건설한 대상들과 삼일포와 해금강, 구룡연일대를 돌아보며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시설물에 대해 엄하게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2019.10.18. (사진=노동신문 캡처)
김 위원장은 "남녘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 환영할 것이지만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대해 공통된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독자적으로 관광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금강산관광사업은 지난 1989년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방북해 논의가 시작됐다. 실제 사업은 10여년이 지난 1998년 11월 18일 이산가족 등 826명을 태운 관광선 금강호가 동해항을 출발해 북한 장전항에 입항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관광객 200만명 돌파를 앞둔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지금까지 전면 중단된 상태다. 결국 사업 21년중 절반 이상을 남북관계에 묶여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고 이젠 앞날을 보장할 수 없게 된 상황까지 몰렸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이 요청을 할 경우에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그리고 남북합의의 정신, 또 금강산 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에서 언제든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며 "일단 지금은 북측의 의도라든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대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