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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과당 보험상품에 경보령, 보험사가 자초했다

금감원 선제대응 조치 적절
수익 좇다 불완전판매 우려

금융감독원이 보험상품에 경보령을 발령했다. 금감원은 27일 "무(저)해지환급금 보험이 2018년 이후 판매가 급증하고 지나친 경쟁이 일고 있어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다"며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금감원은 소비자들이 무(저)해지환급금 보험에 가입하기 전에 중도 해지 시 환급금이 전혀 없거나 적다는 사실을 꼭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이 특정 보험상품에 대해 사전 경보음을 울린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무해지환급금 보험이 기승을 부리는 있다는 뜻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상품은 2016년 32만건에서 지난해 176만건으로 판매가 급증했다. 올 들어선 1·4분기에만 108만건이 팔렸다. 누가 봐도 과잉이다. 금감원이 때맞춰 경종을 울린 것은 잘한 일이다.

요즘 보험사들은 죽을 맛이다. 저금리 탓이 가장 크다. 고객 보험료를 굴려 수익을 올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과거에 판 고금리 저축성 보험상품은 보험사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불황 때문에 신규 가입은 줄고 해지 고객은 더 늘었다. 이 마당에 보험업 국제회계기준(IFRS 17)은 대폭 강화됐다. 그 결과 보험사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환경에선 누구라도 불완전판매에 유혹을 느끼게 된다. 자칫 보험사와 설계사 사이에 일종의 묵계가 나타날 수 있다. 사실 이런 현상은 보험에 국한된 게 아니다. 시중은행은 보수적인 은행 고객을 상대로 초고위험 파생결합펀드(DLF)를 팔았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주 종합국감에서 DLF에 대해 "일종의 갬블을 이 사람들(금융사)이 만든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 금융회사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회사가 펀드 환매를 연기한 것도 크게 보면 같은 맥락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하반기 세계금융안정보고서(GFSR)에서 글로벌 장기 저금리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IMF는 특히 보험사 등 금융기관이 더 높은 수익을 좇다 낭패를 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보험산업 관계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 아닐 수 없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역시 지난 7월 언론 인터뷰에서 저금리, 마이너스 성장 수렁에 빠진 보험사들이 자칫 모럴해저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경보 발령에 그칠 게 아니라 GA(보험 법인대리점)를 활용한 판매채널에 문제는 없는지, 규제를 풀어 보험사 수익성을 지원할 방안은 없는지도 함께 살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