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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AI 개발자들과 어울린 文, 규제혁파가 관건

잇단 현장 행보는 바람직
데이터3법 등 장벽은 여전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네이버가 주최한 개발자 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쳐 'IT강국을 넘어 AI강국으로' 가자고 말했다. 대통령이 IT기업(네이버)의 개발자 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조국 수렁'에서 빠져나온 문 대통령의 경제·민생 행보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문재인식 경제정책, 곧 J노믹스는 혁신성장을 주요 축으로 한다. 문 대통령도 혁신성장을 경시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 같은 소득주도성장이 말썽을 부리는 바람에 눈에 덜 띄었을 뿐이다. 이달만 해도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을 잇따라 만났다. 지난주엔 전북 군산을 찾아 전기차 클러스터 출범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데뷰(디벨로퍼스 뷰) 2019 컨퍼런스'에 참석한 것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인공지능(AI) 강국을 목표로 삼은 것은 적절하다. 3년 전 알파고 쇼크를 통해 한국인들은 AI의 무한한 가능성을 체험했다. 지난 7월 문 대통령을 만난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의 조언이 아니더라도 AI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쌀과 같은 존재다. 당장 자율주행차만 해도 AI 없이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문 대통령의 격려가 즉각 실행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실천이 따르지 않은 장밋빛 청사진은 희망고문일 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영국의 붉은깃발법 이야기를 꺼냈다. 마차업자, 곧 기득권 보호를 위해 자동차를 규제한 붉은깃발법은 어리석은 정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우리가 과연 남을 흉볼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택시시장을 비롯해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은 도처에 있다. 이른바 데이터 3법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개발자들이 상상력을 마음껏 실현할 수 있도록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전자정부를 넘어 인공지능 정부가 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사뭇 다르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장병규 위원장은 25일 "데이터 3법이 통과되지 못한 데 대해 많이 아쉽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벤처사업가인 장 위원장은 "선허용·후조치하는 중국이 부럽다"고까지 했다. AI 강국의 꿈 실현은 정부와 민간 사이에 놓인 이 간극을 얼마나 빨리 좁히느냐에 달려 있다.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 약속이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