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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부·한은에 맞서 디플레 경보 울린 KDI

KDI가 저물가 현상과 관련해 정부와 한은을 비판하고 나서 주목된다. 28일 발간된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서다. 저물가의 원인 진단과 정책대응이 모두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KDI는 저물가의 원인이 수요위축이라고 주장했다. 특정 품목만의 문제가 아니라 광범위하게 물가하락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는 공급과잉과 무상교육 확대 때문이라고 설명해온 정부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만약 저물가의 원인이 수요위축이라면 디플레의 전형적 속성으로 볼 수 있다. 물론 KDI는 9월의 마이너스 물가(-0.4%)를 디플레로 단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디플레가 올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수요위축→물가 하락→소득 감소→성장률 하락'의 악순환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KDI는 한은의 통화정책도 강하게 비판했다. 기준금리를 제때 내리지 않아 저물가가 장기화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저물가는 이미 2013년부터 지속됐다. 하지만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에 소극적이었다. 실제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년 동안 0.7%(2015년)~1.9%(2017년) 사이에서 움직였다. 정부 목표치보다 0.5~1.9%포인트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려야 함에도 그리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기준금리를 거꾸로 올리기도 했다.

KDI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한 이유는 한은의 정책목표가 물가안정보다 금융안정(가계부채 억제)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 개정된 한은법은 설립목적에 물가안정 이외에 금융안정을 추가했다. 이후 가계부채 관리가 통화정책의 주요한 목표처럼 인식되면서 물가안정 기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다. KDI는 물가안정 기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 운용체계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공식 보고서에서 정부와 한은을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최근의 저물가 상황이 심각한 단계임을 시사한다. 금융당국은 저물가와 디플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