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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타다의 혁신 실험, 이렇게 꺾여선 안된다

검찰, 이재웅 등 재판에 넘겨
정부·정치가 제 역할 못한 탓

검찰이 28일 쏘카 이재웅 대표와 자회사 VCNC의 박재욱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VCNC는 논란이 된 타다 운영사다. 검찰은 두 사람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겼다. 타다는 렌터카가 아니라 유사택시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서울 개인택시 기사들은 지난 2월 타다가 불법 택시영업을 하고 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불구속 기소는 그로부터 8개월 만에 이뤄졌다.

사실 타다는 합법과 위법의 경계선을 넘나든다. 여객자동차법(34조)은 렌터카를 빌린 이가 돈을 받고 손님을 태우는 것을 금지한다. 이는 무면허 택시영업에 가깝다. 하지만 시행령(18조)을 보면 11인승 이상 승합차엔 예외적으로 알선을 허용한다. 앞서 경찰과 국토교통부는 타다 영업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법을 한층 엄격하게 해석했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타다 이슈를 법의 심판에 맡기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것이다. 새 기술, 새 서비스에 낡은 현행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혁신은 설 자리가 없다. 타다의 경우 불과 1년 만에 100만명이 넘는 이용자와 수천명에 이르는 드라이버를 고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시장에선 타다 비즈니스가 먹힌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타다식 혁신의 활로를 뚫어주기는커녕 되레 길을 막았다. 지난 7월 국토부가 발표한 택시제도 개편안에는 타다가 설 자리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등은 지난주 타다 영업을 아예 봉쇄하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재인정부는 혁신성장을 중시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말만 근사할 뿐 실천이 따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28일 인공지능(AI)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분야별 장벽을 과감하게 허물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낡은 규제체제를 버리고 선진국형 규제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바로 그날 검찰은 타다 혁신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정부와 정치권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탓이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를 자본주의의 본질로 파악했다. 타다는 한국식 모빌리티 혁신, 나아가 창조적 파괴를 상징하는 이슈가 됐다.
19세기 영국 의회가 만든 '붉은깃발법'은 어리석은 규제의 대명사로 통한다. 이 법은 마차 기득권을 위해 자동차 혁신을 가로막았다. 법정으로 간 타다 서비스가 한국판 붉은깃발법의 희생양이 되는 일만은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