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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삼성전자 50년, 미래는 혁신 DNA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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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대표로 성장
존경받는 기업이 되길

삼성전자가 올 3·4분기 실적을 10월 31일 발표했다. 직전 분기에 비하면 성적이 한결 좋아졌다. 영업이익은 약 18% 많은 7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던 지난해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한 기업이 불과 석달(7~9월) 만에 8조원 가까운 돈을 번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그런 회사가 바로 한국 기업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삼성전자는 반세기 만에 세계 기업사(史)에서 독보적 위치에 올랐다.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세계 6위다. 삼성 앞에는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코카콜라가 있을 뿐이다. 도요타, 벤츠, 맥도날드, 디즈니는 삼성 뒤에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휴대폰, TV, 냉장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1위 제품을 생산한다. 지난 1969년 당시 이병철 창업주가 전자회사를 만들어 흑백TV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50년 만에 삼성은 말 그대로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바뀌는 변화를 일궜다.

삼성의 힘은 남보다 한발 앞서는 혁신 적응력에서 나온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은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신경영을 선포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이 회장의 말은 전 국민의 입에 오르내렸다. 5년 전 사실상 경영권을 승계한 이재용 부회장도 혁신을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는 이 부회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분야다. 경영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베스트셀러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위대한 기업은 선택과 집중에 뛰어나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바로 그 같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50년을 넘어 100년 기업, 나아가 수백년 장수기업이 되는 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당장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법원에서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다. 유무죄 여부를 떠나 아쉬움을 낳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기업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먼저 정치는 삼성의 경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그 바탕 아래서 삼성은 운명적으로 주어진 소명에 충실하길 바란다. 이는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에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위대한 기업을 넘어 존경받는 기업이 되려면 한번은 거쳐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