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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타다' 혼선, 정부가 결자해지해야

벤처協, 소극적 행정 비판.. 뒷북 대응은 더이상 안돼

벤처기업협회 등 17개 민간단체로 구성된 혁신벤처단체협의회가 '타다'를 둘러싼 정책혼선을 비판하고 나섰다. 4일 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기술발전 속도와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행정부의 소극적 행태와 입법 및 사회적 합의 과정의 지연이 국내 신산업 성장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거미줄 같은 규제환경 속에서 합법적인 영업을 하는 혁신기업의 서비스를 위법으로 판단한다면 신산업 창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성명은 지난달 말 검찰이 쏘카 이재웅 대표 등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재판에 넘긴 이후 벤처업계가 내놓은 공식입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검찰의 타다 기소 이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다양한 말들을 쏟아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기존 산업과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지만 신산업을 마냥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된다"고 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상생 해법이 작동하기 전에 사법 영역으로 가져간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타다 서비스는 국민의 지지와 혁신적 성격이 있다"고 두둔했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타다와 택시의 중재 역할을 좀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미 물이 엎질러진 뒤 나온 말들이어서 만시지탄의 아쉬움이 있지만 뒤늦게나마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온 건 다행이다.

그렇다면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부처 간 엇박자로 혼선을 빚은 정책을 바로잡고 승차공유 등 신산업에 대한 확실한 정책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벤처1세대로 통하는 이민화 전 KAIST 교수는 생전에 "기존 산업과 새로운 산업이 충돌할 때 정부는 소비자의 편에 서서 새로운 가치와 서비스가 실현될 수 있도록 규제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협의회가 이번 성명에서 정부에 가장 먼저 요청한 사항도 신산업에 대한 보다 유연한 접근과 진흥적 시각이다.


지난달 말 인공지능(AI) 개발자 콘퍼런스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법으로 금지되지 않은 것은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우리 AI기술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사실 타다를 둘러싼 이번 공방의 해답 역시 문 대통령의 이 말 속에 있다. 정부는 구호로만 신산업 육성을 외칠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해볼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하루빨리 재정비해야 한다. 적어도 정부가 혁신을 가로막았다는 비난은 듣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