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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명문고 육성 무산?… '자사고·전국모집' 모두 폐지

충북 명문고 육성 무산?… '자사고·전국모집' 모두 폐지
이시종 충북지사(왼쪽)와 김병우 충북교육감.© News1 자료


충북 명문고 육성 무산?… '자사고·전국모집' 모두 폐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교육감들이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 폐지 등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장희국 광주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유 부총리,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2019.11.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청주=뉴스1) 송근섭 기자 = 이시종 충북지사가 민선 7기 역점사업 중 하나로 추진했던 '충북형 명문고등학교' 육성에 먹구름이 끼었다.

정부가 2025년까지 자율형사립고 등을 일괄 폐지하고 전국단위 모집 학교도 없애기로 하면서 충북도의 '명문고 3개 카드'에 모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고교 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자사고와 외국어고·국제고 폐지다.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년 3월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했다.

우수학생의 특정학교 쏠림 현상 등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는 현행 제도를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이들 학교의 설립 근거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0조(외고·국제고 설립근거)와 제91조(자사고 설립근거)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통령령인 시행령은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정부가 고칠 수 있다. 교육부는 올해 시행령 개정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시종 지사와 충북도의 자사고 설립 계획은 적어도 현 정부 임기동안 실현되기 어려워졌다.

자사고 뿐만 아니라 충북도의 명문고 구상 모두 난관에 부딪힌 형국이다.

지난해 이시종 지사와 충북도는 지역을 대표할 미래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명목으로 '명문고 육성' 정책을 들고 나왔다.

명문고 육성 방안은 Δ자사고 설립 Δ도내 고교의 전국단위 학생 모집 허용 Δ충북 이전 기관·기업 임직원 자녀의 도내 고교 입학 특례 부여 등 세 가지로 압축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역행하는 자사고 설립 등 명문고 구상은 추진 초기부터 도교육청과 학부모단체 등의 반발을 샀다.

하지만 이 지사와 충북도는 유일하게 자사고 등이 없는 지역으로 인재육성 경쟁에 뒤처지고 있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다만 지역사회의 반대여론 등을 의식해 충북 이전 기관·기업 임직원 자녀의 도내 고교 입학 특례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후 도교육청과 협의를 거쳐 특례 근거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지난 6월 교육부에 건의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에 대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여기에 충북도가 두 번째 안으로 내세웠던 '전국단위 학생 모집 허용'도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안에는 전국단위 모집 일반고도 2025년부터 지역·학군 모집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전국에서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공주사대부고는 앞으로 학교가 소재한 충남지역에서만 신입생을 뽑을 수 있다.

정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가 폐지되고 이런 전국 모집 일반고를 유지했을 때 우수학생 쏠림 등 또 다른 서열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충북도의 구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부 방침이 확정되면서 이 지사의 '명문고 육성 드라이브'는 동력을 잃게 됐다.


하지만 충북도는 정부 계획이 실행되기까지 남은 시간이 있고, 앞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명문고 육성 논의는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아직까지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방안 외에 새로운 명문고 육성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없다.

충북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자사고 등을 바로 폐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충북과 다른 지역의 교육격차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일단 정부 발표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봐야겠지만, 명문고 육성은 계속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