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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자사고·외고 폐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행

정부는 7일 전국의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까지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교 서열화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사고 교장들은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자사고·특목고 폐지를 둘러싸고 교육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친전교조 교육감들은 지난 선거에서 자사고 등의 폐지를 공약했다. 일부 자사고에는 이미 지정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헌재의 위헌 결정 등으로 제동이 걸렸다. 그러자 이번에 법 시행령의 근거조항을 삭제해 일괄 폐지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고교 서열화를 막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이것을 위해 전국 자사고·외고·국제고를 모두 없애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교육에서 평등이란 기회의 평등을 의미한다. 어떤 경우에도 결과의 평등을 주장해서는 안된다. 결과의 평등을 주장하면 공산주의와 다를 게 없다. 기회가 모두에게 열려 있는 한 결과의 차등을 거부해서는 안된다. 둘째, 자사고 등을 없애더라도 고교 서열화가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서울 강남 8학군과 사교육 열풍이 재연될 위험이 크다. 강남 8학군의 몇몇 학교들이 신흥 명문 고교로 부상하면 여기에 자녀를 보내기 위한 전입수요가 급증할 게 뻔하다.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우려도 있다.

셋째,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창의적 인재 1명이 나머지 99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라고 한다. 여기에 대비하려면 소수의 창의적 인재를 조기에 발굴해 육성해야 한다.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교육의 불평등 해소를 중요한 가치로 인식했던 김대중정부가 왜 2002년에 자사고 제도를 도입했겠는가.

수월성 교육을 하자면 자사고와 특목고가 있어야 한다.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입시부정을 바로잡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자사고·특목고를 없애겠다는 것은 사려 깊지 못한 생각이다.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되지 않겠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수월성 교육을 포기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