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라인·야후재팬 통합, 한·일 신경협 모델로 주목

한국의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자회사인 라인과 야후재팬 통합을 추진한다. 계획대로 통합이 이뤄지면 한·일 양국을 넘어 아시아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초대형 IT공룡이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일본 제1의 검색포털 업체인 야후재팬은 5000만여명,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라인은 8200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논의에 대해 "단순히 최대 인터넷기업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IT시장에서 미국, 중국과 싸울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손정의의 소프트뱅크가 아마존과 대항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는 이번 통합 논의가 두 가지 관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한국과 일본의 두 회사가 통합 논의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 논의가 한·일 양국이 여전히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나왔다는 점에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경제·군사적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한·일 양국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이번 통합 논의에서 찾아볼 수도 있어서다. 때마침 15일 일본 도쿄에서는 한·일 양국 경제인들이 모여 "양국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경제·산업 협력 관계를 한층 확대·심화시켜 나아가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논의를 통해 한·일 양국의 새로운 경협모델을 모색해 볼 수도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과 일본은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하며 상호발전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지난 시기 양국의 경제협력은 한국보다 한발 앞선 일본에 우리가 한 수 배우는 식의 협력관계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새로운 형태의 협력 모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IT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이번 협력 논의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국과 일본의 정치인들도 두 회사가 벌이고 있는 통합 논의를 새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양국 정치지도자들이 과거에 매달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과 달리 이들 두 회사의 결단은 미래를 향해 열려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르다. 양사가 미래지향적 논의를 통해 글로벌 IT시장에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