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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침묵하던 트럼프, 김정은에 대화 시사한 배경은?

대화 시점은 말하지 않은 채 “만나자”
‘연말 시한’ 말한 김정은 대응용 카드
만나겠으니 北도 해법 가져오라는 의도
상황관리 유지하면서 北에 공 넘겼나?

北에 침묵하던 트럼프, 김정은에 대화 시사한 배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 다시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바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한동안 북한발 이슈에 침묵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신속하게 행동에 나서 합의를 이루자는 말을 하며 다시 대북정책 재개 신호탄을 쐈다. 지난 17일 한·미가 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특정 시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에게 “나는 당신이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당신은 빨리 행동해야 하며 합의를 이뤄야 한다. 곧 보자”는 트윗을 올렸다.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에 대한 일종의 무관심 전략을 썼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과 6월 판문점에서의 북·미 정상 회동, 그리고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까지. 북·미는 꾸준히 대화했지만 비핵화에 대한 입장차만 반복됐다.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큰 외교성과를 가져올 수 없는데다 협상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미사일 도발을 서슴지 않는 북한과 무의미한 협상만 거듭하는 것 보다는 상황을 관리하면서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막는 것이 더 유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북한을 언급하고 나서고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전격적으로 연기한 것은 상황 관리 모드를 끝내고 대북정책에 다시 한 번 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훈련 연기를 발표하면서 "연합공중훈련 연기는 북·미 대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촉진하기 위한 선의의 조치"라면서 북한에 “주저하지 말고 비핵화 협상에 나서라”라고 촉구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줄 사람은 나”라고 말한 것은 북한이 원하고 있는 본질적인 미국의 상응조치, 즉 제재완화 및 해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화를 재개하고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켜 외교적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새롭게 북·미 간 말의 길이 열리고 정상회담으로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결국 이번에도 말잔치만 오갈뿐 실제 북한 비핵화 성공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북한은 지난 하노이 담판에서 미국에 영변 핵시설 폐기를 통해 대북제재의 거의 대부분을 해제하려는 그림을 그렸지만 단호한 미국의 반대 입장에 부딪쳤고, 회담은 결렬됐다. 결국 상호 교환물의 무게가 맞지 않은 것으로 북한이 과욕이 문제가 됐다.


북한이 감춰둔 우라늄농축시설 등 은닉 핵시설을 내놓고 비핵화 로드맵을 내놓는 식 등, 즉 명백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현재 상황에서 북·미 대화는 돌고 돌 수밖에 없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연말 시한을 언급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트윗은 북한이 연내 미국과의 만남이 없는 것을 두고 새로운 길, 즉 돌출 행동을 사전에 막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한 만남 시점을 정하지 않은 채 김 위원장에게 만나자고 한 것도 연내 만나야 하는 부담은 줄이면서 북한에도 ‘새로운 것’을 들고 나오는, 다시 말해 공을 넘기겠다는 의도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