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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제시카 송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북미에서 개봉 후 한 달이 됐는데도 대중의 관심은 여전하다. 130억원 이상 수입을 올리며 흥행몰이에 성공 중이라서 만이 아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짧은 멜로디인 '제시카 송'이 큰 인기를 끌면서다. 기생충의 아카데미상(오스카상) 수상을 기대하는 팬들에겐 작은 청신호라도 켜진 분위기다.

'제시카 송'은 '독도는 우리 땅'이란 가요를 개사한 삽입곡이다. 학력을 속이고 부잣집 과외 선생으로 들어가는 기정(박소담)이 부른 노래다. 즉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이라며, 오빠 기우와 말을 맞춘 가공인물 '제시카'의 프로필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팬들이 이 '제시카 징글' 동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나르면서 뜻밖에 대박이 터졌다. 미국의 한 온라인 쇼핑몰은 'Jessica, only child, Illinois, Chicago'라고 새겨진 티셔츠와 머그잔을 팔고 있다.

그러자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인 네온은 휴대폰 벨소리용 무료 파일을 배포했다. 8일 공식 SNS에 박소담이 직접 노래를 가르치는 영상까지 올렸다. 기생충 제작진이 '독도는 우리땅' 원작자들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한 사실도 14일 뒤늦게 공개됐다.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맞아) 하루 종일 '제시카 징글'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등 북미 누리꾼의 폭발적 반응에 "이렇게까지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다"(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라면서다.

경제용어에 '후방 연관효과'란 말이 있다. 어떤 산업이 발전하면 그 산업에 투입물을 공급해주는 산업들이 발전하는 효과를 가리킨다. 자동차산업이 발전하면 재료를 공급하는 철강산업이 부흥하듯이 말이다.
제시카송 대박은 문화산업에서도 그런 후방 연관효과를 입증하는 작은 사례일 듯싶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한국 가요가 북미 대륙에서 친숙해지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다. 미국인들이 이 중독성 높은 제시카 징글을 흥얼거리면서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엄연한 사실까지 세계적으로 각인됐으면 더 바랄 나위도 없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