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처벌·단속 보류… 기계 고장 등 돌발상황때도 연장근로 가능[주 52시간제 보완 대책]

정부, 계도기간 1년 부여
노동계 "연장근로 남발 우려"
국회 "정부가 입법 보완 훼방"
경영계도 반발 "시행 늦춰야"

처벌·단속 보류… 기계 고장 등 돌발상황때도 연장근로 가능[주 52시간제 보완 대책]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대책 추진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특별연장근로 허용요건 확대, 계도기간 부여 등 주52시간 관련 보완대책을 발표한 것은 국회의 보완 입법이 늦어지는 데 따른 조치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법률개정을 통한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 1월부터 대기업에 비해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주52시간 근무제를 안착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특별연장근로 확대가 자의적으로 사용될 위험이 크고, 노동시간 단축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계도기간 1년 연장 가능성

국회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안 불발에 대비해 18일 정부가 내놓은 보완책은 충분한 계도기간 부여와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 등 두 가지로 집약된다.

계도기간 연장으로 주52시간제 시행이 사실상 미뤄지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계도기간에는 고용노동부의 처벌이나 단속이 보류되기 때문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구체적인 계도기한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과거 300인 이상 기업에 최대 9개월의 계도기간을 부여한 전례를 고려하면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1년 이상의 계도기간을 부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기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등 관련 법안이 입법된다고 해도 계도기간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국회 문턱을 넘는다고 해도 하위법령, 시행령 정비 등 실제 시행까진 3~4개월 걸리기 때문"이라며 "다만 보완 입법이 통과되면 계도기간이 이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시행규칙 개정으로 특별연장근로 인가요건에 경영상 사유를 추가했다. 예컨대 회사의 기계가 고장나 수리하는 등 돌발적인 상황도 포함한 것이다.

경영계는 '재난'에만 특별연장근로가 인정사유가 한정돼 있어 사업상·업무수행상 일시적으로 추가 연장근로가 필요한 경우 등에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정부가 경영계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인 셈이다. 특별연장근로는 자연재해나 재난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주당 연장근로를 12시간 넘게 허용하는 제도다. 현행법상 법정근로시간(40시간)에 주당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는 금지된다.

정부는 주52시간 안착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국회에서 입법 논의를 진행 중인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의 발표에 대해 "탄력근로제 보완 입법의 정기국회 내 처리를 정부와 여당이 훼방을 놓고 있다"며 "정부의 주52시간 근무시간제와 관련해 특별연장근로라는 행정조치 예고는 여야의 협상이 한창인 국회에 정부가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정기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고 진전이 없을 경우 시행규칙 개정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정기국회가 12월 9일까지인 만큼 12월초쯤 되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입법이 불발되면 1월중에는 개선된 제도를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정부 무능함 인정한 것"

정부의 보완대책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특별연장노동 사유를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말은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모든 사업장에 특별연장노동을 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의 개악 시도에 맞서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모아 모든 노동자의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총파업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경고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는 노동시간단축 정책과 관련해 스스로 무능함을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경영계는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보완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1년간 주52시간 시행유예 입장'을 고수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계도기간 부여, 특별연장근로 제도 개편 등 정부 대책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일정 부분 반영한 것"이라며 "미진한 부분은 올해 중 국회에서 실효성 있는 보완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상당수 중소기업이 근로시간 단축 준비가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볼 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법으로 시행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