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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86그룹’에 퍼지는 임종석發 물갈이론

인적쇄신 중심축 될 가능성 커
우상호 "기득권화, 모욕감 느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정계은퇴 선언이 불러온 파장이 하루 만에 더불어민주당의 세대교체론으로 불길이 옮겨붙으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임 전 실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학생운동 출신 가운데 '젊은피 수혈론'으로 정치권에 영입된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 생)의 대표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용퇴 선언에서 이제 스스로 물러날 때라고 강조한 점에서 총선을 앞두고 그의 발언이 정치적 무게가 실리며 더욱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조국 사태 이후 당의 쇄신을 요구하며 불출마 선언을 한 이철희 표창원 의원 등 초선의원들 이외에 중진들에선 그동안 변변한 반성에 대한 언급조차 없던 점에서 이번 임종석발 인적청산론은 안팎에서 휘발성이 높은 이슈로 떠오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자칫 집권당의 전면 쇄신으로 이어질 뇌관으로도 자리를 잡고 있다. 당에서 그동안 거론된 최소 30∼40명선의 현역 의원 물갈이 폭과도 인적쇄신 요구가 맥을 같이 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18일 여권에 따르면 그동안 당에선 "3선 이상 중진이 너무 많고 국회의장 후보가 될 만한 일부 다선 중진을 제외하고는 용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터져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은 전체 의원 129명(손금주 의원 합류) 중 3선 이상 중진이 38명이다. 초재선 91명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중진 물갈이론이 거세질 경우 상당수 중진 의원 지역이 총선을 앞두고 공천 전까지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86그룹이 당에선 이미 3∼4선의 중진 그룹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점에서 86그룹에 대한 물갈이론이 인적 쇄신론의 중심축으로 자리를 잡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당 지도부도 21대 총선 키워드로 20·30세대 젊은피 수혈론에 방점을 찍은 점에서 86그룹이 설 자리도 마땅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86그룹 정치인들은 이날 대거 세대교체론에 반발하는 등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가 무슨 자리를 놓고 정치 기득권화가 돼 있다고 말한다"며 "모욕감 같은 것을 느낀다"고 했다.

최재성 의원도 라디오에서 86그룹 용퇴론에 대해 "민주당은 공천 물갈이가 필요 없는 정당이 됐다"며 "시스템 공천은 86세대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규칙"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86그룹 정치인은 전화통화에서 "여당의 혼선, 국정 혼선의 책임을 마녀사냥식으로 86그룹 정치인에게만 모는 것은 잘못"이라며 "21대 공천은 누구는 안된다는 식이 아니라 우선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신인 정치인들을 발굴하고 이에 더해 더욱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당에 들어와 정치를 하도록 토양을 만드는 게 초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