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TISA로 대체하기엔 역부족… 지소미아 전략적 가치 따져야" [지소미아 종료 전문가가 본 韓美日 안보]

TISA·한미일 정보공유약정
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우리가 없는 정보 받는데
지소미아 실익 없다니…
종료땐 군사부문 악영향
한일 모두 자존심 싸움만
타협땐 지는 것처럼 여겨
국내정치 제물 삼아 유감

"TISA로 대체하기엔 역부족… 지소미아 전략적 가치 따져야" [지소미아 종료 전문가가 본 韓美日 안보]
"TISA로 대체하기엔 역부족… 지소미아 전략적 가치 따져야" [지소미아 종료 전문가가 본 韓美日 안보]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등 강력한 정치적 명분이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는 이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은 오는 23일 0시 공식 종료된다. 최근 미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연이어 방한해 노골적으로 지소미아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현재로선 '막판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지소미아가 한·일 군사정보 교류에 큰 역할은 없었다며 의미를 축소하는가 하면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티사)이 충분한 대체재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지만 국내 안보전문가들은 대체로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경두 "지소미아, 안타깝지만…"

17일(현지시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아세안 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가 열린 태국 방콕의 아바니 리버사이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과 45분가량 양자회담을 했고, 이후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합류해 한·미·일 국방장관이 1시간15분가량 3자회담을 가졌다.

회담 후 기자들을 만난 정 장관은 "이대로 종료 수순을 밟는 것이냐"는 질문에 "안타까운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외교적으로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에서 지소미아 연장은 어렵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지소미아의 군사적 실효성에 대해 "한·일 간 군사정보 교류 자체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 실시간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발사가) 끝나고 난 다음에 하는 것이고 정보교류하는 (빈도) 자체가 생각만큼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한 지난 8월 일본과 주고받은 정보가 2016년 1회, 2017년 19회, 2018년 2회, 올해 7회 등 총 29차례였다고 밝혔다. 횟수 자체로만 보면 많지는 않다. 정 장관은 "다만 한·미 동맹 상징성이나 전략적 가치가 많다고 한 것처럼 미국 측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일본 측에도 압박을 가하고 우리한테도 지소미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 "TISA로는 대체 역부족"

정부는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2014년 12월 체결된 티사로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티사는 한·일이 각각 미국에 정보를 주면 미국이 양측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티사가 지소미아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본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티사 체제로 돌아가면 기본적으론 정보의 내용과 범위, 신속성 측면에서 지소미아 때보다 떨어진다"며 "정보의 내용도 미사일·핵에만 국한돼 있고 전반적인 군사정보를 교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중계를 하는 구조이고,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상대국에 전달하려면 허락을 받아야 한다. 양자 간 정보공유가 아니기 때문에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문 센터장은 "군사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정상들의 결심이 필요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서 수출규제 유예와 지소미아 종료 결정 유예를 중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티사는 재래식 무기 움직임이나 단거리미사일 정보교환은 안되기 때문에 정보공유 범위 등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소미아 전략적 가치 고려해야"

단순히 군사정보 공유 차원을 떠나 미국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인도·태평양전략이란 미국의 큰 틀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중국이 팽창하고 러시아가 부활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까지 개발했다"며 "지리적으로 이격된 미국이 혼자 대응하긴 힘들고, 그래서 한국과 일본을 묶은 첫번째 시그널이 지소미아"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큰 실익이 없더라도 한국은 동맹인 미국에 맞춰줘야 하고, 이것을 벗어나게 되면 불이익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문 국장은 "촌각을 다투거나 심각한 위험상황이 없더라도 미국의 동북아 안보전략 차원에서 지소미아를 유지해야 한다"며 "자존심만 내세울 것이 아니고 실익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북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전략적 어긋남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범철 센터장은 "지소미아가 군사적으로 실익이 없다는 뉘앙스의 발언은 동의할 수 없다"며 "우리에게 없는 정보를 받는 것인데 실익이 왜 없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향후 군사부문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한·일 관계가 자존심 게임, 감정 싸움으로 번져 먼저 타협하면 지는 것처럼 돼있는 것도 문제"라며 "양쪽 다 너무 한·일 관계를 국내정치의 제물로 삼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미·일 정보공유협정(Trilateral Information Sharing Arrangement·TISA·티사)는 2013년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핵 위협이 커지자 한·미·일 3국이 정보공유를 목적으로 2014년 12월 29일 체결했다.
미국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는 내용이 골자다. 한국 국방부가 미국 국방부에 전달하면 미국 국방부가 우리나라의 승인을 거쳐 일본에 주는 방식이다. 반대로 일본 방위성이 미국에 정보를 주면 일본의 승인을 거쳐 우리에게도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