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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의 탈북민 지원 업무 한계…행안부 이관 힘실린다

정착지원은 주민복지 영역
행안부가 맡는 것이 효과 높아
하나원도 행안부 이관 원해

통일부의 탈북민 지원 업무 한계…행안부 이관 힘실린다
지난 7월 관악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탈북민인 한씨 모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생할고 비관에 따른 자살로 추정되는 가운데 북한 이탈 주민들이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꼽힌다. 탈북민이 3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이들의 정착을 돕는 정부의 지원책이 한계를 보이고 있어 대책 실효성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가 맡고 있는 북한 이탈주민 지원 정책의 담당 부처를 '행정안전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통일부는 남북대화 등 교류·협력을 주도하는 부서로 주민복지의 영역인 탈북민 정착지원과 성격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국망을 갖출 역량도 부족한 탓에 탈북민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등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지자체와 연계된 행안부가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북한과 친하게 지내야 하는 통일부가 북한을 등지고 나온 탈북민 지원정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탈북민 생계급여 수급률 24.4%

18일 정부 및 국회에 따르면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최근 조응천 의원실이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탈북민 지원 업무 담당 부처를 '통일부'에서 '행안부'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올 7월 현재 국내 입국 탈북민은 3만3022명에 달한다. 이들은 생계급여 수급률이 24.4%(2016년 기준)으로 일반 주민들(3.2%)보다 현저히 높고 월평균 임금도 179만원(2017년 기준)으로 일반 주민(242만원)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실정이다.

안 이사장은 파이낸셜 뉴스와의 통화에서 "통일부 어디에도 탈북민을 잘 정착시키고 그들을 통일역량으로 키워 통일준비를 추진해 나간다는 내용을 찾기 어렵다"며 "통일부는 중앙기구만 있는 반면 행안부는 전국 자치단체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탈북민 지원정책에 훨씬 유리하다"고 답했다. 이어 "통일부 지원은 일회성으로 끝나고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단절된다"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주거지원, 취업지원 등 보호기간 5년 간 정착지원을 제공한다. 기간 종료 후에도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착을 돕고 있지만 조직 한계 탓레 탈북민들이 남한 사회에 녹아들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하나센터, 지자체 협조 어려워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통일부는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돼있다. 남북 교류업무가 주된 존재 목적이어서 탈북민 지원 정책을 등한시 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통일부도 탈북민 지원을 위한 전국 조직을 운영하고는 있다. 남북하나재단 산하의 '하나센터'다. 전국 25개 하나센터에서 전담인력이 탈북민의 지역 정착에 힘 쏟고 있다.

문제는 통일부 산하 조직이다 보니 지자체와의 원활한 협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하나센터 관계자는 "행안부쪽으로 (지원 업무가) 가면 지자체와 협조가 잘 될 텐데 그렇지 못해 센터 직원들이 업무하는 데 많은 애로사항들이 있다"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하나센터 자체도 전국 '조직망'이라기 보단 '사업명'에 불과하다. 전국 25곳 중 단 2곳만이 직영이다. 통일부가 전국망을 조직할만한 역량이 부족한 탓이다. 나머지 23곳 모두 사회복지관, 봉사기구, YMCA 등 법인들이 하나센터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한다. 경기동부하나센터는 청솔종합사회복지관에, 경기서부하나센터는 덕유사회복지관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식이다.

■"하나원도 행안부 이관 원해"

통일부는 탈북민 지원 업무의 행안부 이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통일부는 탈북민 지원업무마저 내놓을 경우 부처 존립 근거가 흔들릴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일부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해체될 위기 놓이기도 했다.
당시 인수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당시 통일부·여가부를 없애는 안을 만들었는데 국회 반대에 막혀 살아남았다"며 "통일부 산하 하나원도 행안부 이관을 원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업무 이관 대상 부처로 지목된 행안부는 미수복 행정구역인 '이북5도청' 사업을 통해 탈북민 지원업무에 나서고 있지만 주무부처가 아니어서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어렵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자치단체가 추진할 수 있는 탈북민 정착 사업 예산을 따내려해도 주관부처가 아니란 이유로 기획재정부 선에서 막힐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