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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집값 도그마에 빠진 문재인정부

'잡아야 한다' 강박관념 빠져
그럴수록 무리한 정책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가격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이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면 "정부는 여러가지 방안이 있다"고도 했다. 주거안정을 위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톤도 그에 못지않다. 하지만 선의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참여정부 때 집값이 많이 올랐다. 현 정부 들어서도 조짐이 심상찮다. 문 대통령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문재인표 부동산정책이 성공할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참여정부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 역시 부동산을 수요와 공급, 가격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시장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 결과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정책을 서슴지 않는다. 이달 초 시행에 들어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좋은 예다. 공공택지 분양가에 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말 그대로 공공택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간택지에 이를 확대한 것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 이는 시장이 행사해야 할 가격 책정권을 정부가 빼앗은 격이다.

게다가 정부 정책도 엇박자다. 교육부는 대입 정시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로드맵도 밝혔다. 두 정책 모두 학군이 좋은 서울 지역 집값을 올리는 쪽으로 작동할 공산이 크다. 부동산정책이 국토부 따로, 교육부 따로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실 박근혜정부의 인위적인 부양은 눈덩이 가계빚이라는 후유증을 낳았다. 그렇다고 억지로 부동산 시장을 침체에 빠뜨릴 필요도 없다. 그냥 시장이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놔두는 게 상책이다. 그러려면 정부부터 지나친 시장 간섭을 줄여야 한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선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느껴진다. 그럴수록 냉정을 잃고 무리수를 두게 된다. 그렇게 해서 나온 정책은 정권이 바뀌면 순식간에 뒤집히기 일쑤다. 결국 냉·온탕의 반복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1976년)인 밀턴 프리드먼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을 '샤워실의 바보'에 비유했다. 샤워기를 틀면 찬물이 나온다.
이때 수도꼭지를 확 돌리면 뜨거운 물이 쏟아진다. 바보는 냉·온탕을 반복한다. 해답은 미지근한 물, 곧 중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