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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재정이 이끈 소득격차 개선, 지속가능할까

가계의 소득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3·4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소득 최하위 20%(1분위) 계층의 소득이 1년 전보다 4.3% 늘었다. 반면 최상위 20%(5분위) 계층의 소득 증가율은 0.7%에 그쳤다. 이에 따라 소득 5분위 배율(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값)이 5.37로 1년 전보다 0.15포인트 낮아졌다.

계층 간 소득격차가 감소세로 전환된 것은 긍정적이다. 최저임금 고율인상이 시작된 2017년 1·4분기 이후 소득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를 보여왔다. 고용시장이 최저임금 충격으로 위축되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저소득층 소득 증가율이 전체가구 평균치를 넘어섰다. 고용시장이 최저임금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0월의 취업자 증가폭이 40만명대로 회복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소득격차 축소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썩 좋지는 않다. 저소득층 소득 증가분이 대부분 정부가 이전소득 형태로 메워준 것이어서다. 1분위 근로소득은 오히려 전년동기 대비 6.5% 줄었다. 그럼에도 전체 소득이 늘어난 것은 이전소득이 11.4%나 늘었기 때문이다. 1분위 가계의 근로소득은 지난해 1·4분기 이후 7분기 연속 줄고 있다.

사업소득이 줄어든 것도 유의해볼 대목이다.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이 3·4분기에 4.9%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감소율이다. 사업소득이 줄어든 것은 자영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사업소득 감소는 지난해 3·4분기 이후 5분기째 계속되고 있다.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내수여건이 나빠지면서 자영업 가구가 경기악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계층 간 소득격차 확대 추세가 멈춘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정부 이전지출에 의존한 것이어서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계층 간 소득격차가 지속적으로 좁혀지려면 저소득층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이는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가능한 일이다. 결국 정부는 과감히 규제를 풀고 기업은 투자를 늘리는 길밖에 없다.